26일 올리비아 커틀리 세계회계사연맹(IFAC) 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주인기 아시아·태평양 회계사(CAPA)대회 조직위원장과 면담하면서 한국 경제발전 단계에 걸맞게 회계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올바르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를 제대로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제대로 된 금융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한국은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커틀리 회장은 27~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아·태 회계사대회(CAPA Seoul 2015) 참석차 방한했다. 이 대회의 큰 주제 중 하나가 '아시아의 회계 환경'인 만큼 두 사람은 한국이 회계와 회계사 역할에 대해 올바르게 대우하고 평가하고 있는지 치열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커틀리 회장은 "회계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나라 경제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알 수 있다"며 "좋은 정보를 만들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 대해 사회가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회계는 제조업이나 다른 산업을 위한 보조도구처럼 여겨지고 회계사 역할도 거의 감사에 국한돼 있다"며 "반대로 미국 영국 등에서는 회계사 50% 이상이 회사를 경영하거나 전략을 수립하는 등 중요한 의사결정 행위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커틀리 회장 본인도 회계사로서 중국에서 인수·합병(M&A)을 이끈 경험이 있다고 소개하며 회계사는 깊은 금융 지식과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에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한국은 회계업무 영역이 너무 좁고 회계에 대한 인식이 박한 게 사실"이라며 "한국 제조업은 일본을 모방해 성공했는데, 금융 부문에서는 일본도 특별하지 않아 어떤 체제를 세워야 하는지 컨센서스가 잘 도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 발생주의 회계 도입 등 어느 정도 형식은 갖춰가고 있지만 아직 공공부문에서는 미흡해 방만한 점이 있다"며 "공공부문 회계 개혁을 위해서는 금융부문에서도 새마을운동 같은 정도의 혁신이 있지 않고서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커틀리 회장은 "그리스 디폴트 사태도 따지고 보면 회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리스는 복지 지출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현금주의 회계로 인해 국민들이 앞으로의 총부채를 즉시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생주의는 현금주의와 상반된 개념으로, 현금의 수수와는 관계없이 수익은 실현됐을 때 인식하고, 비용은 발생했을 때 바로 인식하는 개념이다. 그리스는 복지 지출이 미래 세금 부담으로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현금 지출이 없기 때문에 회계장부에서 이를 인식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커틀리 회장은 "그리스의 예를 볼 때 회계의 중요성은 비단 자본시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 의사결정에도 회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따라서 이에 대해 얼마나 존중해 주는지가 그 나라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주 위원장은 "공공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 대해 정부도 전문 회계사들 참여를 요청해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회계사들도 자본시장 영역을 넘어 외교·국방·안보 등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공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4년마다 열려 '회계 올림픽'이라 불리는 아·태 회계사대회는 27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2박3일 일정에 들어갔다. 28일에는 진웅섭 금융감독원 원장 등
[김태준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