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화학 부분 계열사들을 롯데그룹에 3조원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빅딜’ 소식에 관련 종목이 크게 들썩였다.
삼성SDI는 30일 케미칼 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한 뒤 해당 지분 전량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매각 금액은 2조5850억원이다.
삼성SDI는 보유 중인 삼성정밀화학 지분 14.65% 전량도 2189억원에 롯데케미칼에 매각한다.
이에 따라 삼성SDI에는 배터리사업과 전자재료 사업 부문만 남게 된다. 매각 대금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삼성SDI의 핵심 사업 주력화에 대해서는 우선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 입장에서는 전지와 전자재료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것인데 자동차 전지에 대한 투자 재원 마련 측면에서 합리적 결정이라고 본다”며 “특히 케미칼 사업부 실적이 역사적 최고 수준이어서 매각 시점도 최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삼성SDI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내렸다. 개장 전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 삼성SDI는 개시 직후 한 때 3~4%까지 올랐으나 시간이 지면서 하락 전환했고, 결국 전날보다 4.05% 하락한 10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계열사가 보유한 지분 전량이 롯데에 넘어가는 삼성정밀화학은 더 크게 하락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전일 대비 10.17% 하락한 3만75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으로부터 화학 부문을 인수하는 롯데케미칼도 인수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며 급락했다. 롯데케미칼은 7.53% 하락해 개장한 뒤 낙폭을 늘려가 13.80% 밀려난 24만500원으로 마감했다.
일각에서는 2조5000억여원의 인수 금액이 다소 부담스러운데다가 삼성의 케미칼 부문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불확실하다는 우려를 내놨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이 2차 전지, 정보전자소재 등 비석유화학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때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부문에 집중해 수익성과 내실을 다져왔다”며 “이번 인수는 그간의 행보와 다소 차이가 있다”고 평했다.
이어 “이번 인수를 통해 롯데케미칼이 얻게 될 이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삼성SDI 케미칼 부문 인수를 통해 고부가 합성수지(ABS) 등의 수직계열화를 달성하고 폴리카보네이트(PC) 생산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지만 롯데케미칼은 지금도 ABS 자체 생산이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2조5000억원에서 3조원 가까이를 투자해 ABS·PS·PC 사업을 인수한다는 것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번 인수를 긍정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국내 석유화학부문의 장기적인 전략적 방향은 수직 계열화 강화를 통해 설비 효율을 높이는 데 있어 이번 인수는 긍정적”이라며 “가격 역시 낮지도 높지도 않은 수준이고 자금 조달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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