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잠적, 그리고 전격적인 독자행보 선언, 손학규 전 지사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우선 이틀간의 잠적을 통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얻은 것.
신당 경선 과정에서의 '동원' 논란을 분명한 쟁점으로 부각한 대목은 큰 성공입니다.
이를 통해서 경쟁자 정동영 전 장관에게는 '구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습니다.
불리한 게임의 규칙을 다소나마 유리하게 고칠 여지를 만들면서 실속도 챙겼습니다.
'동원경선' 재발 방지라는 당 지도부의 약속을 얻어내 '동원'을 기정사실화한 것도 작은 승리입니다.
다만 이미 치러진 4연전에 대한 진상조사가 무산돼 일정한 한계는 안고 있습니다.
중립지대에 머물던 중진들을 지지 쪽으로 이끌었다는 점도 계산에 넣을만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명시적인 지지 선언을 유보했다는 점이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득이 추상적이라면 실은 구체적입니다.
먼저 칩거와 잠적을 거치는 동안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 탈당 때에도 잠적의 사례가 있어 '땡깡'의 이미지도 각인됐습니다.
특히 갈팡질팡하는 행보를 거듭하는 동안 그나마 있던 조직이 무너진 점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광주 경선에서의 더욱 위기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감점은 신당의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책임을 피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입니다.
경쟁자 정동영 전 장관에게 구태의 이미지를 심느라 신당의 경선 전체를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뒤따릅니다.
이런 가운데 기자회견을 연 손 전 지사는 경선 복귀와 함께 캠프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스스로 조직을 없앰으로서 조직, 동원선거의 피해자임을 부각하려는 제스처입니다.
하지만 이미 조직 대결의 구도임이 확연해진 신당 경선에서 스스로 캠프 해체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
손학규 전 지사는 스스로 '막연하고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독자행보'를 분명히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손 전 지사 본인도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다만 '국민참여'를 강조한 회견 내용으로 볼 때, 본인이 국민과 직접 만나는 폭과 깊이를 넓힐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합니다.
부당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강조하며, 논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손 전 지사는 또 캠프를 해체하면서도 의원들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는 '계속 도와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여의도 사무실을 폐쇄하는 대신
이렇게 보면 손학규 전 지사는 광주 전남 경선에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보입니다.
광주에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이거나, 손학규의 앞날은 유권자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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