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밴 수수료 인하를 통해 수수료 할인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해결하려고 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자 혜택 축소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밴 수수료 인하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밴사들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영세가맹점을 상대로 한 무료 단말기 보급이나 보수 서비스를 중단할 방침이다.
밴업계 관계자는 "밴 수수료가 줄어든다면 밴사들도 어쩔 수 없이 가맹점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단말기 설치·보수와 전표 수거 등에 드는 비용은 대형가맹점과 영세가맹점 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수익이 적은 영세가맹점에는 단말기 설치 비용을 전액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상인은 "지금도 밴 대리점들이 대형마트나 정유소만 신경 쓰지, 우리 같은 작은 가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내년부터 단말기 설치나 보수 비용을 밴 대리점이 모두 내놓으라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밴사가 대형가맹점에 지급하던 리베이트가 금지되면서 비용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밴사의 리베이트 금지 대상 가맹점 범위를 현행 100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달 중 불법 리베이트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밴사 검사에 나선다. 그러나 한 밴사 관계자는 "대형가맹점 매출 비중이 30~40% 되는 곳도 있다"며 "이들에게 리베이트 제공은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밴사들이 대형가맹점과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리베이트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드사들은 저마다 비상이다. 순이익 감소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든 부서가 대책 마련으로 비상사태"라며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전체 지출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카드사들은 연말에 예정돼 있는 유관 단체와의 송년회 등 각종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비용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인력 구조조정도 당연한 수순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의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연쇄적인 악순환이 예상되지만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특히 영세사업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신용카드 거부권'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5만원 이하 결제를 할 때 가맹점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소액 전표 수거 거부 문제는 카드사와 밴사 간 알아서 할 문제"라며 발을 뺐다.
아울러 카드업계에서는 당국이 내세운 저금리 기조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저금리 기조만 이어졌다"며 "당장 내년부터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내려간 수수료율이 다시 오를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당정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 발표를 두고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시장가격 개입 논란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된 2012년 초부터 불거져왔다. 2012년 2월 카드 수수료를 금융당국이 정하도록 하는 여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마저도 "여전법 개정안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금융위가 정하는 것은 시장 질서를 훼손할
금융위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시장 개입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법 개정 당시 개진했지만 국회에 가로막힌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덕식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