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초기 수익률을 바탕으로 덩치를 키운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투자자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막상 자금이 몰리고 난 후에는 은행 예금이자만도 못한 성과를 내고 있는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연초에 기록했던 단기 고수익이 전체 펀드수익률에 누적 집계되다 보니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새 자금 1000억원 이상이 순유입된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는 모두 12개다. '메리츠코리아'가 1조1166억원으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고 '이스트스프링코리아리더스'(3713억원) '삼성중소형FOCUS'(351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펀드 인기 비결은 수익률인데 연초 이후 평균 17.54%로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5.28%)에 비해 3배를 웃돈다.
그러나 막상 자금이 늘어나기 시작한 6개월 성과는 부진하기 짝이 없다. 12개 중 7개 펀드가 손실 구간이다. 각각 1200억~1300억원이 유입된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와 '마이다스신성장기업포커스'는 이 기간 수익률이 각각 -8.82%와 -8.41%로 집계됐으며 '한국투자롱텀밸류' 'KB중소형주포커스'도 -5%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펀드 중 상당수가 수익률이 부진했던 시기에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공룡펀드(설정액 1조원 이상)로 성장한 '메리츠코리아'는 전체 설정액(1조6200억원) 중 3분의 2가 몰린 최근 6개월 수익률이 3.70%, 5000억원 이상이 유입된 3개월은 -1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금액이 커지면 거래량이 적고 기업 내재가치가 높은 종목을 사들이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돼 특정 종목 매매로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며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기업을 보유했더라도 펀드 내 투자 비중은 작아지므로 예전 수익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