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채무보증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금융투자업계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증권사가 부실 건설사 등에 대한 채무보증을 남발하면서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인상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곳이 국내 증권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는 2015년 6월말 기준 20조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3월말 기준 약 10조원이었던 채무보증 규모가 2배로 늘어나는 데 2년3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증권사 채무보증이란 채권형 금융상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판매한 증권사가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실제 채무자를 대신해서 원리금을 갚아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건설사 부동산개발(프로젝트파이낸스) 관련 금융상품이 많은데 건설사에 문제가 생기거나 부동산 경기 악화로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대신 갚아주는 약정이 걸려있다.
채무보증 증가세는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형 증권사가 이끌고 있어 업계 우려가 크다.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 현대증권 교보증권 등 상위 7개사 채무보증 합계는 13조4000억원으로 전체 70%에 달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채무보증 금액은 약 3조8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았고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도 모두 1조원을 넘어섰다. NH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채무보증 규모도 많았지만 이들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탄탄해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최근 증권사 채무보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원인은 그만큼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조짐을 보이지 않고 재무구조도 악화되자 신용평가사들은 대규모 신용등급 조정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건설 조선 운송 등 취약업종은 자체 신용도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 이들이 발행한 채권형 금융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채무보증을 서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증권사 보증을 믿고 자금을 투자하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채무보증 규모가 너무 커지면서 이제는 증권사들의 신용도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업계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수익원 확보를 위해 너도나도 채무보증에 나서고 있다”며 “신용위험이 건설 등 취약업종에서 증권업계로 전이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결합증권도 증권사 입장에선 위험 요
특히 ELS의 경우 전체 발행잔액의 38.5%인 36조3000억원이 홍콩 HSCEI 지수와 관련된 상품이다. 홍콩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의 리스크 헤지 비용이 높아졌으며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 요구가 있을 경우 유동성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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