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5일 초단시간 근로자나 졸업유예자 등 학생도 취업자도 아닌 '사회 밖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2018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해 444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만 19~39세 대학생, 취업준비생(구직자) 등이다. 내년에는 시범적으로 1480가구를 공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득이 불안정한 취업준비생 등은 주거정책에서 사실상 배제돼 왔다"며 "청년들에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거주 공간을 마련해주고 장기적으로 주거 빈곤율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지난해부터 성북구 정릉동 도시형생활주택을 리모델링해 청년 예비창업자나 1인 창업가에게 임대료가 저렴한 '도전숙1·2호' 38가구를 선보인 바 있다. 전용면적 14㎡ 크기의 원룸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는 6만~7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싸다. 시는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도전숙 같은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서울시는 이날 셰어형 기숙사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대학생 희망하우징,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한지붕 세대 공감(룸 셰어링), 자치구 청년 맞춤형 주택 등 총 6가지 임대주택 사업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새로 도입되는 모델은 셰어형 기숙사와 자치구 청년 맞춤형 주택이다.
셰어형 기숙사는 고시원과 숙박시설 등을 매입하거나 리모델링한 뒤 1인 청년가구에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사업 시행을 맡는 SH공사 관계자는 "청년 주택 수요가 많은 신촌 등에 시범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고시원 특성상 거주 공간이 협소할 경우 방 2실을 1실로 확장하고 거실 등 공용 공간을 늘려 청년들이 건물 내에서 교류할 수 있도록 기숙사처럼 리모델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예전에 만들어진 고시원은 숙박시설로 분류가 안 돼 화재위험 등에 노출된 곳이 많았는데 셰어형 기숙사라는 공공임대를 통해 먼저 소방시설을 고쳐 나가면 민간 사업자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을 지키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청년 맞춤형 주택 모델은 매입 임대주택 전체 물량의 최대 30%까지 청년에게 할당해 자치구 특성에 맞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입주자 선정은 서울시와 구청장이 협의해 결정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6개 임대사업 중 새로운 것은 셰어형 기숙사(210가구), 자치구 청년 맞춤형주택(600가구) 두 가지로 나머지 3630가구는 기존 사업을 변형한 수준이란 평가다.
특히 이번 발표에 포함된 한지붕 세대 공감은 2013년 처음 도입됐지만 8월 말 현재 이를 이용하고 있는 대학생은 7개 자치구 143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셰어형 기숙사 이용이 저조하자 대학생들의 소득기준도 폐지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날 발표한 4440호 공급 분량 중
한지붕 세대 공감을 통해 공급한다는 계획이어서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이미 표류 중인 청년임대주택 정책을 우려먹기 식으로 재탕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가 2030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또 다른 임대주택사업인 '서울리츠'도 지역 주민들 반발로 삐걱거리는 상황이다.
[김기정 기자 /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