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인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그러나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3분기 넷마블엔투의 상장을 추진할 생각이었지만 당분간 상장을 늦춘다"고 밝혔다. 수익원을 다변화시킨 후에 매출이 견고해지면 상장을 하겠다는 얘기였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3년 동안 평균 일정 기준을 넘어야지만 유가증권시장 진입이 가능한 데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이미 성공한 게임 하나만 믿고 섣불리 기업공개(IPO)에 뛰어들었다가 주가가 폭락하는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넷마블게임즈처럼 아직까지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담보되지는 않았지만 미래 성장가치가 높은 기업들도 유가증권시장 진출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한국거래소가 5일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을 크게 완화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행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으로는 최근 매출액 1000억원 이상(3년 평균 700억원 이상)·이익 30억원(3년 합계 60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춰야 했다. 주로 현재의 실적에 초점을 둔 상장 요건들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현재의 이익이나 매출은 미흡하지만, 미래 기대가치가 큰 우량 기업에 상장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시가총액(상장예정 주식수×공모가)·매출액, 시가총액·이익, 시가총액·자기자본 등으로 상장 요건을 다양화했다. 종전엔 연매출과 이익(영업이익, 법인세 차감 전 계속사업 이익, 당기순이익 중 가장 적은 금액)이 각각 1000억원과 30억원 이상인 기업만 상장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매출이 1000억원 이하여도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이 2000억원, 자기자본이 3000억원이면 상장할 수 있게 된다. 또 매출이 전혀 없더라도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익과 자기자본이 각각 50억원, 300억원 이상인 기업도 상장할 수 있다.
장영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제도팀장은 "시가총액은 미래 기대이익을 보여주는 대용 지표"라며 "일시적으로 실적이 미흡하더라도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에 상장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이에 따라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100개 이상 기업이 새롭게 상장 기회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GS에너지 넷마블게임즈 농협경제지주 한국자산신탁 한국후지필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번 상장요건 완화는 해외증시로 직접 상장을 검토하는 기업들에도 유인책이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내년 상반기 나스닥에 상장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최대주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뒤따라 나스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는 이들 기업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상장요건 완화
[한예경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