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외부 자금을 수혈하면서까지 과당 인수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 시장 일각에서 대우증권 인수 과정에서 한투금융지주가 증자에 나설 경우 재무부담 가중으로 주가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대주주(지분율 43%)인 KDB산업은행이 인수 의향을 밝힌 대우증권 인수후보 4곳을 모두 입찰 적격자로 선정함에 따라 4곳 모두 이날부터 본격 실사에 착수했다.
9일 한투금융지주는 공시를 통해 "자회사 한국투자증권 유상증자와 관련해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으며 본건과 관련해 당사가 유상증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투금융은 유상증자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다만 한투금융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방식이 아닌 기존 보유 자금이나 차입 등을 바탕으로 한투증권에 자금을 지원할 길은 열어뒀다.
한투증권은 모기업 도움 없이 대우증권 인수에 나설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한투증권은 보유 현금, 회사채 발행, 인수금융대출 등 다양한 수단으로 대우증권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말 현재 한투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예치금'만 4조3311억원이다. 여기에 한투증권은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2%대 초반 저금리 자금 차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국내 은행권 등으로부터 인수금융을 조달하는 방안도 대안이다. 인수 대상 기업인 대우증권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인수자금을 최대 1조원가량 연 4~5% 금리 수준으로 조달할 수 있다. 이 경우 담보대출 특성상 한투증권의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한투증권이 가진 자체 여력에도 한투금융의 지원 사격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경쟁자 미래에셋증권이 1조원 가까운 유상증자라는 '초강수'를 두며 실탄 마련에 나선 상황에서 한투금융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투금융이 한투증권의 대우증권 인수자금 지원 사격에 나설 경우 유력한 수단은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차입이다. 실제 한투금융은 2011년 10월 한투증권 자본금 73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이를 전액 차입금으로 조달한 전력이 있다. 금융지주사는 자체 사업 없이 자회사의 배당에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인 탓에 외부 조달
한편 이날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패키지 매각 입찰 적격자로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투증권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3~4주간 실사를 걸쳐 다음달 초로 예정된 본입찰에서 자웅을 가릴 예정이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