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은 15일 오후 서울 태평로 금융위원회에서 '제2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열고 기간산업 구조조정 방향을 논의했다. 협의체는 고용과 지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 건설 등 기간산업 5대 업종을 대상으로 산업 전망과 구조조정 방향을 논의한다. 협의체는 구체적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거명하지 않지만 협의체 논의 결과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파산, 청산 대상 기업을 추려내는 채권은행들의 정기·수시 신용위험평가 때 반영된다.
먼저 협의체는 대형 해운사들이 속한 원양 정기선 업종을 두고 "누적 선복량 과잉 및 대형 선사들의 동반 침체로 글로벌 시장 재편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선사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므로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증권 매각 무산과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에 빠진 현대그룹이 이달 말까지 자구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사업재편 방안 없이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추가자금 지원이 곤란하다는 방침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협의체는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방안의 방향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최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강제합병설이 나돌자 해수부는 "양사의 합병에 반대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경제 경착륙 우려로 대외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외 과잉생산, 과당경쟁 구조를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협의체가 구성됐다. 하지만 협의체의 논의는 선언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별 기업을 언급할 정도의 구체적인 방향은 나오지 않더라도 은행들이 정부의 '큰 그림'을 참고할 정도는 나왔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협의체가) 구조조정 액션의 결론을 내는 자리가 아닌 걸 알고 있지만 이러려고 회의를 했나 싶을 정도로 내용이 없다"며 "정부가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신용위험평가에 반영하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정기선과 연근해 정기선에 대해 협의체는 "중국의 원자재 수요 둔화 등으로 단기간 내 시황 회복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하면서도 방향은 "자유로운 시장 진출입 및 항로 조절 등 시장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는 데 그쳤다.
"개도국 성장 둔화와 유가 하락 지속으로 업황 회복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 해외건설에 대해서는 아예 "투자개발형 사업 활성화를 위한 펀드 조성"이라는 진흥책을 내놓았다. 국내 건설은 "주택경기 회복에 따른 건설수주·투자 증가로 경영여건이 호전되고 있다"고 아예 낙관했다.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등 석유화학의 취약제품군과 철강의 합금철 분야에 대해서는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는 수준으로 협의체는 논의를 정리했다.
철강의 또 다른 분야인 강관에 대해서는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우려했고 석유화학산업 전반에 대해서도 "유가 상승 시 경쟁력 악화 우려가 있다"고 협의체는 내다봤지만 대책은 "업계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1·2차 협의체는 채권단 주도의
[박준형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