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보험계약 약관에서 담보하는 보장을 보험사기를 빌미로 문제삼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기 증가에 따른 보험금 지급 심사 강화가 엉뚱하게도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금 지급을 문제 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K생명 종신보험에 가입한 직장인 김모(35) 씨는 가입한 보험 약관에서 보장하는 병원 통원 치료비(회당 1만원)를 나눠서 청구하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기로 의심돼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담당 설계사의 귀띔 때문이다. 김씨는 매월 10만원씩 10년째 보험료를 내고 보험을 유지중이다.
A생명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특약으로 매월 2만원을 추가해 보험료를 내고 있는 정모(32) 씨는 교통사고로 병원 통원 치료를 받았다. 10차례 통원 치료로 보험금 50만원 청구 후, 증상이 악화돼 다시 10차례 통원 치료를 했는데 A생명에서 보험사기가 의심된다며 조사를 나왔다. 정씨가 항의하고서야 A생명은 보험금을 지급했다.
K생명 설계사는 “보험금 지급 심사가 보험사기 때문에 예전같지 않다”면서 “보험계약 약관에서 보장한다고 해서 반드시 보험금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보험금 청구 요령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가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일부 보험사는 아예 보험 가입 단계부터 심사(언더라이팅)를 강화해 보험계약 인수 거절에 따른 불만이 터져 나온다.
건설 일용직 종사자 전모(52) 씨는 형편상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절실했지만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다. 직업이 위험직종이라는 것이 이유지만 전씨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같은 직장 동료는 실손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가입 심사를 과거보다 꼼꼼하게 하는 것은 보험 가입 전 앓고 있던 질병이 보험 가입 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보험사기 적발액은 3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이중 소위 ‘나이롱환자’로 불리는 허위·과다입원 보험사기 적발액은 431억원으로 34.4% 늘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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