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일부를 청산한다. 이달 초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브릭스(BRICs) 펀드 운용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신흥국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블랙록은 글로벌 펀드 하위 펀드인 이머징 투자적격 채권 펀드를 다음달 21일부로 청산할 예정이다. 2013년 2월 최초 설정된 이 펀드는 브라질(신용등급 강등 전) 인도 등 신흥국 가운데 국가신용도가 '투자적격' 등급인 지역에 펀드 자산 90% 이상을 투자한다.
블랙록이 해당 펀드 운용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이유는 설정 이후 지속적인 수익률 부진에 따라 펀드 규모가 확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익률이 -3.68%에 머문 블랙록 이머징 투자적격 채권 펀드는 글로벌 운용액이 총 3900만달러(약 450억원)로 블랙록이 전 세계에서 굴리는 하위 펀드 60여 개 중 천연자원 주식 펀드(800만달러) 다음으로 작다. 반면 같은 기간 1.6% 수익률을 올린 블랙록 글로벌자산배분 펀드 운용 규모는 23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로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펀드 청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다시 연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달 말 이후 신흥국 채권에서는 4주 연속(총 40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블랙록 외에도 글로벌 운용사 몇 곳이 신흥국 채권 펀드 일부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주요 신흥국들이 떠안은 막대한 부채와 미국 금리 인상 염려에 따른 대규모 자본 이탈로 인해 리스크가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