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시즌의 수혜주로 지목된 종목들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자들이 대규모 연말 쇼핑에 나설 전망이지만 그 규모가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섬유·의류, 전기·전자, 유통업 등의 업종지수가 이달 중순부터 반등했다. 미국 내 소비가 늘면서 국내 의류, IT기기 수출 회사들과 물류 기업들의 매출이 뛸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미국은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크리스마스와 박싱데이로 이어지는 대규모 쇼핑 행사가 이어진다. 한달의 짧은 기간 동안 연간 총 소비의 20%가 집중돼 글로벌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향 수출이 늘어나는 IT제품과 미국 의류 회사의 OEM을 담당하는 업체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전문가들은 관련 종목들의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긴 힘들다고 판단했다. 과거 사례를 분석했을 때 미국소비 관련 종목의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웃돈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업종별 수익률 평균을 분석한 결과,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5일, 10일 지나면서 관련 종목들의 강세 흐름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IT가전, 하드웨어, 디스플레이 업종과 필수소비재 등은 하락 반전했다. 화장품·의류 업종도 코스피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연말 소비가 기대치를 밑돌게 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온라인 쇼핑이 발달하면서 미국시장이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중국 등 전세계 소비자들이 미국의 할인행사를 기대하고 있지만 경기가 뒷걸음질 치면서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광군절 등 다른 소비 이벤트가 급부상한 점도 영향을 줬다. 소비 여력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개별 내수 시장에서 수요가 소화될 경우, 미국 시장에 접근할 필요성이 적어진다. 실제로 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약 43%)부터 꾸준히 하락해 지난 3분기에는 약 35.5%를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연말까지 수익률을 보면 오히려 배당과 대차거래가 수익률을 결정하는 변수였다”라며 “은행과 증권은 배당매력이, IT가전·기계·건설·운송·조선 업종은 대차거래 상환에 의한 수요가 상승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