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급제한적 개발규제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계량 연구를 기반으로 서울과 수도권 용적률 규제가 심각한 비효율과 주거·빈부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 논쟁을 촉발한 주인공은 이혁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다.
이 교수는 최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토론방에 자신의 연구결과를 올려 그동안 당연시되던 시가지개발 규제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논란에 불을 당겼다. 이 교수는 “교통혼잡, 경관, 일조 등을 근거로 기성 시가지의 개발 밀도를 제한하는 것보다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안정과 복지가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기성 시가지 개발을 제한하는 토지이용 규제로 오히려 수도권 외곽 무분별 개발이 유발되고 저소득층이 더욱 힘들어진다고 진단했다. 서울 도심 용적률 규제로 고밀도 개발이 억제되면서 수도권 전역에 도시 확산과 환경파괴가 가속화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집과 직장이 멀어져 에너지 소비가 늘고 자산 보유액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될 뿐 아니라 전세난민도 광역화한다는 것이다. 광역대중교통 수요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비용도 커진다.
용적률 규제는 당초 산업혁명후 과밀주거에 따른 위생·안전 확보가 어려워 도입된 정책이다. 하지만 지금은 토목·건축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위생·안전 문제는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그는 교통혼잡비용이 부동산시장 왜곡비용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했다. 수도권 시가지 확산을 촉발하는 도심 주거지 용적률 제한의 후생비용이 과도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 교수는 “건폐율을 10%포인트만 올려도 법정건폐율 상한 이내에서 아파트 공급량을 3분의 1 가량 늘릴 수 있다”며 “규제완화만으로 서울시 교통혼잡 비용의 두 배(연간 약 16조원)에 해당하는 실질소득 증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용적률을 대폭 올려 건설사에 사업성을 확보해주는 대신 기부채납을 통해 기성 시가지에 공공임대나 저소득층용 주택을 더 공급토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도시계획과 건축에서 용적률·건폐율 만큼 중요한 숫자도 없지만 그 위상에 걸맞게 신비에 싸인 숫자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연구원에서 구상 중인 맞춤형 용도지역제 개편이 기성 시가지 개발규제 완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자칫 용도지역이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토지이용이 정형화하면서 개발밀도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계 안팎에서 시가지 확산이 빨라지면서 저소득층 주거난이 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될 것이란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경기도 등 수도권 지자체도 서울시를 벤치마킹하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용도지역제를 도입해 개발밀도를 잇달아 낮춰 수도권 시가지가 더 확대되면서 부작용이 심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린벨트 규제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며 완화하는 방식은 기성 시가지 개발규제 완화 보다 효과가 적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도심 상업지역에 사무실보다는 오피스텔이 더 많이 들어서는 현상이 바로 토지이용 규제 압력에 시장이 대응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그는 “불완전하게 규제를 하려 하지 말고 시장의 목소리를 듣
이 교수는 한양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정책학 석사, 펜실베니아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은 도시 전문가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경영연구부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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