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눌려 1970선까지 내려앉았다.
장 초반부터 물량을 쏟아낸 외국인은 최근 3거래일 동안 1조원에 달하는 물량을 내놓으면서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9.67포인트(0.99%) 내린 1974.40에 마감했다.
이날의 하락세는 전날 발표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미적지근한 경기 부양책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12월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이 겹쳐지면서 투자심리를 위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ECB의 추가 부양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지수에 악재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시장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굳혀진 가운데 ECB 부양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강하게 반영됐다”며 “외국인의 늘어난 순매도가 지수를 끌어 내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ECB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국내에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ECB 쪽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던 이유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기준 금리 인상)는 글로벌 유동성 환경을 위축하는 변수인데, ECB가 이를 완충하는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필요시 경기부양에 있어 뭐든지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정책은 제한적인 부분에 그쳐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류 팀장은 “보통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외국인 매수가 나타나곤 하는데 이날은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는 것과 동시에 외국인 매도 우위가 나타났다”며 “표면적으로는 ECB의 추가 부양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지만, ECB에 대한 실망 때문에 한국의 주식을 팔았다고 보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은 ECB 정책에 대한 실효성 문제”라며 “그동안 경기 부양을 자신했던 ECB의 완화정책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경기 부양에 대한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15~16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짓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전까지는 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류 팀장은 “현재 외국인 수급을 되돌릴 만한 이벤트는 부재한 상태”라며 “상승이든 하락이든 당분간은 의미있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업종별로 기계(0.46%), 보험(0.23%)을 제외하고 모든 업종이 하락세를 보였다. 전기가스업은 2% 가까이 내렸고 음식료품, 의약품, 의료정밀, 화학, 유통업, 운수창고, 철강금속, 증권, 전기전자, 제조업, 건설업 등도 1% 이상 하락했다.
매매주체별로 외국인은 359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고 기관과 개인은 각각 619억원 1537억원을 순매수하면서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프로그램 매매는 2470억원 순매도우위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는 SK하이닉스(0.16%), 기아차(0.18%), 삼성생명(0.48%)만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한국전력, 아모레퍼시픽은 2% 이상 내렸고, 삼성전자,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삼성에스디에스도 1%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서진오토모티브는 중국 완성차 업체 계열사와 합자기업을 설립한다는 소식에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벅스는 내년 유료 가입자 수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15% 이상 뛰었다.
이날 유가증권 시
코스닥은 전일 대비 5.00포인트(0.72%) 내린 685.77에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3개 종목을 포함해 413개 종목이 상승했고, 618개 종목은 하락했다. 하한가 종목은 없다.
[매경닷컴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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