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KAI 지분 26.75%(2608만주)를 단독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내년 초 자문사를 선정해 공개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KAI 현재 주가(7만9500원)대로만 팔아도 2조732억원에 달한다.
자문사 선정 작업은 다음달께 착수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자체 인수·합병(M&A)실과 외국계 투자은행(IB) 한 곳이 공동으로 매각 자문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KAI 다른 주주들과 주주협의회를 통해 공동 지분 매각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협의해 왔다. KAI 주요 주주는 한화테크윈(10%) 현대자동차(10%) DIP홀딩스(5%) 등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주주들이 공동 매각에 회의적인 반응이어서 올해 말까지로 정해진 공동 매각 기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주주협의회는 그동안 여러 차례 공동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원매자를 찾지 못해 실패했다. 주주협의회 지분(51.75%) 전체에 경영권이 포함돼 있지만 매각 규모가 4조원을 웃돌아 선뜻 인수에 나서는 곳이 없었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등을 생산·수출하는 방위산업 특성상 국외 매각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인수 대상자 폭이 넓지 않다.
이에 산업은행은 개별 매각을 통해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또 보유 지분 전부를 매각하지 않고 10%가량만 공개 매각한 뒤 나머지는 추후에 파는 분할 매각도 고려 중이다. 2013년 매각 때도 정책금융공사가 보유 지분 중 일부(11.75%)만 매각 대상으로 내놨다. 매각 방식은 자문사 선정 이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주요 인수 후보로는 기존 주주인 한화테크윈과 현대자동차 등이 주로 거론된다. 한화그룹은 삼성과 빅딜을 통해 방위산업 1위 자리를 굳건히 한 만큼 산업은행 보유 KAI 지분을 인수하면 총 36.75%를 보유하게 돼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에 이어 KAI까지 품에 안으면 방위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매각 작업이 좀 더 진행되면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측은 "인수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부인하고 잇다.
한편 시장에서는 KAI 현 주가가 너무 높아 이번에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KAI 주가는 연초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가가 높은 것은 그만큼 경영 전망이 밝다는 뜻 아니냐"며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원매자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