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불패(不敗)’로 여겨졌던 바이오·헬스케어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한파 속 상장 철회가 잇따르는 데다가 예정대로 공모를 진행하는 기업들 역시 기대하던 가격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안트로젠, 큐리언트, 펜젠 등이 상장을 철회했다. 강스템바이오텍과 씨트리는 당초 일정대로 상장 절차를 밟고 있지만, 공모가가 희망가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쓴맛을 봤다. 장외시장에서 한때 30만원 넘게 치솟았던 휴젤 역시 희망가를 크게 밑돌았다.
상장을 철회한 안트로젠은 줄기세포 전문기업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로는 유일하게 보험급여를 적용받는 ‘큐피스템’을 보유해 시장의 눈길을 끌었던 기업이다. 지난해 9월 거래소의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올해 기술특례 상장으로 재도전했고 지난 10월 상장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공모주 시장 냉각으로 IPO를 내년으로 연기하면서 결국 삼수를 노리는 신세가 됐다.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 펜젠과 의약품 연구개발업체인 큐리언트는 각각 지난달 24일과 30일 상장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참가 수량이 기대보다 훨씬 적었고 가격도 회사 기대치보다 낮아 공모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줄기세포 전문기업 강스템바이오텍과 의약품 제조기업 씨트리는 상장을 철회하진 않았으나 공모가가 희망가 밴드를 한참 밑돌았다. 강스템바이오텍은 희망가 밴드 8000원~1만원 보다 낮은 6000원에, 씨트리는 8300원~1만200원에 미치지 못하는 65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메디톡스에 이어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휴젤마저 공모 흥행에 실패하면서 바이오 기업 IPO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중이다. 휴젤은 이날 공모가를 15만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애초 공모 희망가 밴드는 19만원~21만원이었다.
휴젤 관계자는 “당초 공모가 밴드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오랜 기간 회사를 믿고 투자해준 기존 주주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예정대로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모가를 후하게 받았더라도 실제 상장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바이오 기업도 있다.
엠지메드는 지난달 20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후 아직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 엠지메드는 공모주 시장 급랭에도 불구하고 기관 투자자 경쟁률만 715.39대 1에 달해 희망가 밴드 최상단인 4만원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그러나 상장 첫날부터 하락을 거듭해 이날 장 중 2만9000원선까지 떨어졌다. 상장 후 최저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때 상장만 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했던 바이오 기업 역시 공모시장 한파에서는 예외가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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