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18일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사흘째 이어진 상승랠리를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정대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증시 불확실성이 줄었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은 향후 원자재 생산을 위주로 하는 신흥국 거시경제 환경이 좋지 못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거시경제가 이처럼 불안한 상황에 국제 금리까지 상승세라면 기업들의 실적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64포인트 하락한 1975.32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기관이 9거래일째 매수 행렬을 이어갔지만 13거래일째 매도에 나서고 있는 외국인을 누르기에는 힘에 부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만 2조9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난 8월(4조1000억원) 이후 최대 순매도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준 금리 인상은 잘 마무리됐지만 국제유가 하락이 글로벌 전반에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있어 시장이 반등다운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신흥국 대비 저평가된 요인은 없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타격을 받는 상황이라 외국인 수급이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의미 있는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지수도 지루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유가와 국내 증시의 동조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국내 증시도 따라서 내려가는 형국이다. 거대 산유국인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맥을 못 추면서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또한 건설·조선업종을 중심으로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산유국 투자자금(오일달러)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7월 이후 11월까지 국내 주식 3조50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재정난에 처하자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국부펀드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 코스피의 의미 있는 반등은 유가 반등과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가가 바닥에 도달하는 시기를 점치는 것이 중요한데 내년 1분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란의 증산 규모 확인, 북미의 감산 신호 출현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비석유수출국기구 국가가 감산에 나서고 있어 공급 과잉이 완화되고 있다"며 "국제유가는 내년 초 배럴당 35~38달러 수준에서 반등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피도 내년 1분기에 바닥을 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현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순자산가치(PBR) 1배 수준인 코스피 1800 후반대는 지켜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1900 중반에서 1800 후반 사이일 때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2004년 미국 금리 인상기처럼 증시 랠리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35달러가 붕괴돼 2004년 수준으로 내려와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2004년 유가가 당시로서는 사상 최고치였던 점과 극명히 차이가 난다. 그해 WTI가 연초 33달러에서 시작해 8월에는 48달러를 초과하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만큼 글로벌 경기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저치로 급락하고 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은 근본적으로 글로벌 공급 과잉에 기인한다. 한요섭 팀장은 "과거 전 세계 공급 과잉은 구조조정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