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8일 KDB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을 계기로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통합 계획 등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충우 기자] |
박 회장은 "이병철 정주영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삼성과 현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당시로서는 불가능한 세상을 꿈꿀 줄 알았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 삼성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불가능한 꿈을 꾸고, 이를 통해 세운 비전을 재무적으로 뒷받침하고 열정을 다해 현실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의 힘, 사고의 힘을 믿어야 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보다 큰 꿈을 갖겠다. 그리고 증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 DNA를 바꿔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 회장은 "선배들은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한국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도전과 투자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저성장·고령화 단계로 접어드는 우리 사회에 더 늦기 전에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는 저성장·고령화뿐만 아니라 내수 위축과 수출 부진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라며 "대우증권 인수는 한국 경제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절실한 고민에서 나온 시도"라고 설명했다.
자산 배분을 통해 국민 노후 준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국내 투자자 금융자산 비중이 25%에 불과해 미국(70%)이나 일본(60%)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평안한 노후를 위해서는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을 금융으로 일정 부분 옮기고, 국내 일변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산 배분으로 투자기회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로 확장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지에 있는 투자기회를 적극 발굴해 투자자들 돈을 불리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1+1이 2가 아니라 3, 4, 5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자산 관리에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리서치와 투자은행(IB) 부문이 강한 대우증권의 결합은 환상적 조합"이라며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결합은 대단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이번에 써낸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낼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통합법인 사명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우증권이 갖는 한국 증권사의 역사성을 고려하면 대우증권이라는 이름을 가져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직원 감원 등 구조조정 염려는 또다시 일축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법인 인력은 4700명 수준인데, 이는 일본 노무라홀딩스 직원 수가 2만6000명인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라며 "두 회사가 합병해도 오히려 사람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증권과 함께 인수하게 될 산은자산운용에 대해 박 회장은 "헤지펀드를 상당히 강화해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 공급 회사로 만들 계획"이라며 "현재 외국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미래에셋, 당장 지주사 전환 계획없어
박 회장은 "지주사를 만들면 관리하기는 좋지만 야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변화를 수용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이 부분이 줄어들까봐 걱정"이라며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결과가 좋았던 것도 야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래에셋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을 때 인수·합병(M&A) 을 통한 성장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을 염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행 법령상 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 등 투자나 M&A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노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