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시장에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염려가 고개를 들면서 잠시 자취를 감췄던 '착한 분양가' 단지가 다시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공격적으로 책정했지만 매수 심리가 예전만 못하고 아파트 값도 약세로 돌아서면서 미분양 리스크가 높아지자 주변 시세보다 더 저렴하게 내놓으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가격 메리트가 있는 단지는 선방하고 있어 경쟁력 있는 분양가 책정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금 15~20%, 중도금 이자 후불제, 발코니 확장비 별도 등 분양가 상승 요인이 됐던 계약 조건들도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등 금융 혜택이 다시 늘고 있다.
효성이 파주 봉일천리에서 분양 중인 '파주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는 3.3㎡당 분양가가 725만원 선이다. 계약금 500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료 혜택도 있다. 자체 사업이어서 파주에서 1000만~1100만원 선으로 분양한 다른 단지보다 저렴하다.
한신공영이 김포 한강신도시에 분양하는 '운양역 한신휴 더 테라스'도 지자체 심의에서 3.3㎡당 분양가 상한액은 1300만원이었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해 200만원가량 낮춘 1100만원 선에 내놨다.
고분양가 진원지인 강남 재건축 단지도 내년 분양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 규제 등으로 내년 부동산 경기가 올해보다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3.3㎡당 4000만원 초반대에 분양한 단지들 계약률이 부진하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다음달 분양에 돌입하는 신반포자이(반포한양) 분양가는 서초구 역대 최고가인 3.3㎡당 평균 4300만원대에 책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찬바람이 부는 요즘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가격을 조금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3월 중순 '래미안 블레스티지'를 선보이는 개포주공2단지 조합은 3.3㎡당 평균 분양가로 3700만~4000만원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3600만~3700만원 선에서 조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이 70여 가구로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 값은 이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매수세도 약하다"며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가 초기에 3.3㎡당 2800만원으로 거론됐다가 결국 2600만원 선에서 분양된 것처럼 시장 상황에 맞춰 분양가가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