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세대 연립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선 송파구 석촌동 빌라촌 일대 전경. [매경DB] |
올해 들어 신규 공급과 기존 거래량 모두 지난해 대비 1.5배 수준으로 늘어나 승승장구했던 수도권 '빌라' 시장이 연말이 될수록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른바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연립주택은 전세난이 본격화된 2013년 이후 아파트 대체재로 새삼 부각돼 시장이 활발히 돌아갔지만 '공급과잉' 염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작 되팔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올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다세대·연립주택이 12년 새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빌라 공급이 아파트를 초월할 전망이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다세대·연립주택은 총 10만4401가구로 200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인허가 물량(7만1751가구)에 비해서도 1.44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지은 지 5년이 채 안 된 다세대·연립주택 몸값은 하향세다.
송파 삼전동 A공인 관계자는 "일반 빌라는 지역별로 시세 차이가 크지 않아 신축 매매가는 전용면적 50㎡형 투룸이 1억8000만~1억9000만원 선, 전용 75㎡형 스리룸은 2억7000만~2억8000만원 선"이라며 "역세권이 아니고 지은 지 3년 넘은 빌라라면 동네를 불문하고 최소 1000만~5000만원 정도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이 대세"라고 전했다.
아파트와 달리 다세대·연립주택은 이르면 6개월 만에 지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수요자 눈높이에 맞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무인택배시스템을 갖춘 신축 빌라가 나오는가 하면 아파트와 유사하게 짓는 오피스텔 '아파텔'과 도시형생활주택까지 속속 들어선다. 기존 빌라는 임대료를 낮춰야 세입자를 찾을 수 있는 데다 재건축·재개발 가능성이 희박하고 세월이 갈수록 건물이 낡기 때문에 아파트와 다르게 시세 차익은커녕 손실 가능성마저 적잖다. 심지어 빌라를 짓는 기간보다 파는 기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다세대·연립주택은 팔 때 얼마나 손해를 보지 않느냐가 관건"이라며 "2009년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서 빌라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값이 떨어지는 데다 팔릴 때까지 발목이 묶이는 점을 감안하면 자기 기준을 명확히 세워 '손절매'를 하는 게 출구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내년 들어서는 지역별로 이른바 '빌라촌' 표정이 엇갈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난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 한 다세대·연립주택을 찾는 사람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다만 내년 입주 물량이 강서 마곡지구·송파 위례 등에 몰렸지만 전세 수요는 강남·서초와 강동 일대에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서울에서도 지역별로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