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매일경제가 주요 외국계 증권사에 문의한 결과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 채권 등 한국 자산을 팔고, 달러 표시 자산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경근 크레디트스위스 주식본부장은 "한국 등 신흥국에 투자했던 글로벌 펀드들이 속속 청산(redemption)되고 있다"며 "당분간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주식시장을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증권사 담당자도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신흥국들은 경쟁국 통화가치가 낮아지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타격을 입게 된다"며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외국인들 시각"이라고 전했다. 이 담당자는 "최근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오직 달러 자산만이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며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 등 국외 자산 비중을 늘리는 게 위험 분산 차원에서 안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글로벌 투자금은 선진국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 펀드자료 제공업체인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 들어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4억73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시장 기대가 확산된 지난해 9월 이후 기준으로 보면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총 245억달러에 달한다.
저유가로 재정위기에 처한 산유국 자금도 계속 이탈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 3개국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30조69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점이던 2014년 7월(41조3410억원)에 비해 1년4개월 새 10조6430억원(25.7%)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들 산유국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재정 압박이 커지자 국부펀드 등을 통해 외국에 투자한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유가가 저점을 찍을 때까지 오일머니 이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원유 공급과잉 염려에 연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종파 갈등까지 격해지면서 유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중국 위안화 쇼크로 글로벌 증시가 불안해지자 선진국 주식자금마저 안전한 채권 쪽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EPFR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는 총 448억4900만달러가 유입됐지만, 올 들어서는 열흘 새 83억52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대신 선진국 채권형 펀드에는 28억6200만달러가 유입됐다. 이길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 선진국 채권을 향한 자금 쏠림 현상이 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시장에선 조만간 달러 강세가 멈출 것이라는 정반대 견해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날 미국 달러화가 머지않아 약세로 돌아서고 신흥국 통화가 오히려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달러화 강세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추가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2004년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도 달러화는 인상 전 6개월간 2.06% 올랐다가 인상 기간에 오히려 3.49% 절하됐다"고 말했다.
한편 13일 코스피는 국내 기관을 중심
하지만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 주식을 56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달 2일 이후 외국인은 한국항공우주 블록딜이 있었던 1월 6일을 제외하면 한 달 열흘째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계속 내다판 셈이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