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에서 월세 원룸에 사는 A씨(29)는 대출을 받아 원룸 전세로 옮기려 공인중개업소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원룸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하기도 하지만 책임소재 때문에 중개를 꺼린다”는 공인중개사들 말에는 아연실색했다.
영등포구청역 인근에서 중개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고액 전세는 혹여나 집이 경매에 넘어가 임차인이 소송을 제기하면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계약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식으로 일부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며 “1억원 짜리 전세를 중개해주고 수수료 30만원을 받으면서 그런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임대차보호법에선 일정 금액 이상의 전세는 집이 경매에 넘어갈 때 보호받기 어렵게 되어 있다. 선순위 근저당이 걸린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서울에선 보증금 9500만원 이하일 때만 임차인이 3200만원까지 최우선 변제를 받는다. 문제는 서울에선 원룸 전세가 드물기도 하지만 나와도 대개 보증금이 9500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점이다.
부동산앱 ‘다방’이 서울 시내 전용 25㎡ 내외의 원룸 데이터를 분석한 데 따르면 여의도역으로 출퇴근이 용이한 당산역과 합정역 인근 원룸 평균 전세가는 1억2500만원이었다. 종각역에 인접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신설동역은 1억3900만원, 강남역 인근의 역삼역·논현역 주변은 1억7700만원에 달한다. 직장인이 회사 근처에서 구하는 전세 원룸 대부분이 최우선변제 대상이 아니란 얘기다.
특히 다가구 주택은 소액임차를 하더라도 안심하기 어렵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지점장은 “소액임차인도 최우선변제 금액은 낙찰금액의 2분의 1로 한정된다”며 ”세입자가 여럿인 다가구주택은 그 범위 안에서 임차보증액 비율에 따라 배당 된다”고 전했다. 4000만원 전세로 사는 10세대가 거주하는 다가구주택이 6억원에 낙찰됐다면, 소액임차
공인중개사협회 한 관계자는 “다가구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공인중개사들이 임차인 손해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다가구주택은 낙찰가를 미리 산정하기도 어려워 공인중개사들이 전세 중계를 꺼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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