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중국쇼크 등 외부악재에 고전했던 국내 증시가 이젠 간판급 대기업들 실적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26일 증시에서 4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실망감과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발표 악재가 겹쳐 LG그룹주는 무더기로 하락세를 면치못했다. 이날 4분기 실적이 발표된 LG전자는 전일대비 3.52% 떨어진 5만4700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LG화학도 7.78% 내린 27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하우시스는 5.2% 내렸으며 25일 4분기 실적이 발표된 LG이노텍도 4.44% 내렸다.
이날 LG그룹 계열사 주가는 4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전부터 하락세로 출발했다. 러우 지웨이 중국 재정부 장관이 전기차 보조금을 점차 줄여나가 2021년 보조금 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한 발언의 여파가 컸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2017~2018년에 올해보다 20% 축소된 보조금을, 2019~2020년에는 40% 축소된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LG그룹 계열사들은 자동차 전장 부품을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삼으며 전기차 테마와 연관돼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그 반작용으로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이 오늘 주가가 빠지자 지주회사인 LG주가도 1.85% 내렸다.
현대차도 재작년에 비해 15.8% 줄어든 작년 영업이익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전일대비 1500원(1.09%) 내린 13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도 주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현대차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기말배당이 3000원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중간배당과 합하면 전년대비 33.3%가 증가한 배당액이지만 주가는 반등하지 않았다.
주요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부진이 현실화되자 증권사들은 이번 주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에 대해 목표주가나 실적 추정치를 하향했다.
지난주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8290억원에서 7690억원으로 하향조정한 하이투자증권은 전망치를 한차례 더 낮출 계획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 회사가 제시한 가이던스를 보면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이 1분기 들어 늘어나지 못했고 평균판매단가(ASP)도 10% 가량 낮아졌다”며 “원가절감 노력이 있더라도 매출 감소 때문에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더 나쁘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기존 15만원에서 14만원으로 낮췄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808억원으로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 적자였다”며 “소형 전지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더욱 취약했고, 자동차 전지의 매출이 대폭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폭이 확대된 것은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발표한 삼성SDI의 영업손실은 시장이 예측했던 8억원의 적자폭을 급격히 상회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SDI가 케미칼 사업도 중단한 영향이 있어 올 상반기까지는 상당한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올 1분기 52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삼성SDI 목표주가를 중국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존 12만9000원에서 11만7000원으로 하향했다.
또 키움증권은 LG이노텍 목표주가도 기존 13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춰 잡았다.주고객사인 애플의 신형 아이폰 판매 부진 여파가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실적부진이 올 1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도 카메라모듈 매출 감소세가 회복되기 어렵고 LED의 매출 정체 등으로 이익 개선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LG화학은 실적발표에 앞서 이미 실적치 하향조정이 이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2일 LG화학의 4분기 영업이익이 추정치보다 27% 낮은 381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나프타와 에틸렌 간 스프레드(마진)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고 다운스트림(합성수지 생산) 제품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에틸렌 공급능력 증가분이 수요 증가분을 1.7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코스피 209개 기업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27조3천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추정치(29조2천576억원)보다 6.56% 줄어든 것으로 그만큼 실적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김제림 기자 / 김태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