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지분 인수와 함께 발표된 대규모 자사주 매입 또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28일 삼성생명 이사회는 자사주 300만주(1.5%)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총 10.25%(2946억원, 27일 종가 기준)의 자사주를 보유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자사주를 보유함으로써 배당을 받아 그룹 내 다른 금융계열사 지분 취득에 쓸 수 있고 다른 백기사에게 넘겨 의결권을 살려 지배구조를 탄탄히 할 수 있는 등 금융지주사 밑그림을 그리면서 다양한 각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매입과 자사주 매입으로 약 1조8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보고서 기준 2조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고 수개월 동안 준비해 온 상황이라 현금 동원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에서의 법 통과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은 4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고 19대 국회에서의 통과는 물 건너간 상태다. 20대 국회가 새로 구성되고 다시 법안이 상정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을 밟음에 따라 향후 삼성그룹 계열사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원샷법'이 통과되면 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분 처분 시한이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기 때문에 해당 사안은 충분한 시간을 거쳐 실행에 옮겨질 전망이다.
우선 삼성생명은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보유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비금융 계열사로는 삼성전자(보유지분율 7.2%), 호텔신라(7.9%), 에스원(6.1%) 같은 상장사와 비상장사인 삼성경제연구소(14.8%) 등이 있다.
가장 커다란 장벽은 삼성전자 지분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의 시장가치는 지난 27일 기준 12조4500억원에 달한다. 해당 지분이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삼성전자 대주주인 삼성 계열사 및 이건희 회장 등의 지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7.64%에서 10.44%로 낮아진다. 문제는 이를 해결해줄 우호주주인 '백기사'를 찾으려 해도 매각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기업 분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든가 아니면 사업부별로 분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덩치를 줄이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처분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증권 지분 처리 방안도 관심사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사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자사주 포함 30%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자사주 8.71%를 포함해 총 19.85%의 삼성증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 역시 삼성증권 지분 8.02%를 들고 있지만 30%에는 모자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증권은 이날 지분율 2.22% 규모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삼성생명 보유 삼성증권 지분 11.14%에 자사주를 더할 경우 지분율은 22.07%로 늘어난다. 삼성화재 지분까지 더하면
한편 삼성생명은 이날 2014년(1조3375억원) 대비 8.4% 감소한 2015년 당기순이익(1조2251억원)을 발표했다. 삼성카드는 2015년 순이익(3337억원)이 전년(6560억원) 대비 49.1%나 감소했다.
[송성훈 기자 / 한우람 기자 /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