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주식시장에서는 이 같은 이벤트가 향후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면서 상장된 삼성 계열사 주가 간에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특히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최대주주 부상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점쳐지면서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은 28일 각각 지분 1.5%, 2.2% 등 자사주 매입에 대한 계획도 발표해 주가 상승폭을 키웠다.
삼성그룹 측은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해석은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회사인 삼성물산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89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실적 개선과 지배구조 전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한때 3.1% 올랐다.
가장 큰 호재를 만난 종목은 매각설을 불식시킨 삼성카드였다.
삼성카드 주가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지분 37.5%를 취득했다는 소식이 나온 28일 10.4% 오른 데 이어 29일에도 추가로 8.71% 상승했다. 김도하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계사 지분 가치가 오르면서 삼성카드는 자본금이 과다한 상태였는데 최대주주가 된 삼성생명이 현금을 회수하고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높이기 위해 고배당이나 유상감자 같은 자본환원정책을 펼 수 있다"며 "1조~3조5000억원 규모 유상감자가 이뤄진다면 지금 6%까지 떨어진 ROE는 0.8~3.5%포인트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발표에 삼성SDS와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삼성SDS는 전일 대비 15.13% 급락한 가격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21만95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거래량도 폭증해 전날(8만주) 대비 10배 넘는 83만주가 거래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합병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계속 상승 추세였지만 최대주주 지분 매각에 따른 오버행(주가 대량 매도로 인한 하락) 염려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 팀장은 "삼성SDS가 대주주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처분될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긴 하지만 향후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삼성SDS 주식을 향후 삼성전자 주식과 스왑(교환)해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추가 대량 매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삼성SDS 주식 일부를 매각하는 사유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실권주 참여 때문이라고 밝힘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은 전일 대비 13.96% 수직 상승했다. 그동안은 공매도로 주가가 지난 26일엔 1만35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1만2700원 선까지 오르며 강하게 반등했다.
그간 이 부회장 사재를 털어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신주인수권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유상증자 성공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유상증자 성공을 위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며 자금 3817억원을 마련하자 유상증자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투자자들은 그룹 오너 참여가 삼성엔지니어링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조9895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할 것이라는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28일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 순자산가치를 올리는 효과가 있지만 지난해 1차 자사주 매입 때도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 기회로 삼아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