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전용 59㎡형을 당첨받았는데 역대 최고가 분양이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실제로 들어와 살 작정하고 결정했습니다.” 고심 끝에 서울 서초 ‘신반포자이’ 계약을 마친 A씨의 말이다.
잠원동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 분양가 11억1000만원짜리 전용 59㎡형이 웃돈 2000만원이 붙어서 거래됐다”며 “다만 떴다방(이동식 무허가 중개업자)들이 초반 분위기를 잡기 위해 조금 높여 거래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429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우며 시장의 관심을 샀던 ‘신반포자이’(반포한양 재건축)의 정당계약 마감일이었다. 정당계약이란 일반분양 청약당첨자들이 정식으로 건설사와 매매계약을 하는 날로 보통 사흘간 이뤄진다. 신반포자이처럼 분양권 즉시 전매가 가능한 경우 이 시기가 지나면 바로 자신이 계약해 놓은 분양권을 합법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되팔 수 있다. 지난 2006년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같은 해 9월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신반포자이’는 분양권 전매에 제한이 없어 전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겨울철 비수기이기는 하지만 고분양가 탓에 실수요와 전매 차익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첨자들과 분양권을 살 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상담을 구하는 바람에 잠원·반포 일대 공인중개소들의 전화기도 바빠졌다. 하지만 분양권 거래는 그다지 활기를 띄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로선 떴다방들이 작업한 결과 평균 시세가 전용 59㎡형은 1200만~1500만원, 전용 84㎡형은 1500만~2000만원 선”이라며 “지난 달 27일 청약 당첨자 발표 이후로 당첨자들을 상대로 떴다방들이 최소 5000만~1억원 가까이 붙을 것이라고 부추겼지만 실제론 무리”라고 말했다.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신반포자이는 중도금 무이자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취득세와 등록세에 더해 이자 비용을 생각하면 분양가 11억원 선인 전용 59㎡형이 입주 시에는 14억원까지는 올라야 본전을 뽑는 셈이지만 면적을 고려할 때 2018년 하반기 입주시에 가격이 그 정도까지 되진 못할 것”이라며 “조합원 물건은 중도금을 나눠내는 방식이 아니어서 초기에 거액이 들다 보니 거래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신반포자이’는 지하 3층~지상 28층, 7개 동에 전용 59~153㎡형 총 607가구로 구성된다. 지난 달 일반분양 청약 접수 당시 특별공급을 제외한 113가구 모집에 총 4269명이 몰리면서 평균 3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등을 기점으로 매매가와 분양가가 오름세를 보였지만 이제는 가격이 오를대로 올라 2000년대 초처럼 억대의 웃돈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서초구 한 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강남·서초에서 계속 재건축 공급이 이어지는 데다 분양가 역시 계속 올랐기 때문에 전매 차익의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고분양가 논란이 있지만 어쩌다 당첨된 사람이 분양권 되팔아 돈 버는 것보다는 재건축 사업의 리스크를 부담하는 조합과 건설사가 위험 부담에 대한 대가로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올해 분양 예정인 신반포5차의 경우 한강 조망권과 역세권 입지라는 점 때문에 예상 분양가가 3,3㎡당 4500만원 선까지 점쳐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분양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작년 한 해 강남권(강남·서초구)에서 거래된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은 3.3㎡당 3893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들이 분양된 시점(2011년 11월~2014년 10월)에 강남 재건축 평균 분양가가 3.3㎡당 3492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3㎡당 400만원 가량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반포·잠원을 비롯해 강남권에서는 당분간 고분양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수도권·지방 시장과 마찬가지로 강남 역시 입지 대비 분양가가 높다는 평이 나오는 단지는 단기 전매차익 투자가 아닌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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