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시아 주요국의 주식 시세판은 모두 파랗게 물들었다.
장 내내 출렁이던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5% 가까이 하락 마감했고, 홍콩 항셍 지수, H지수 등은 오후 2시(현지시간) 현재 1% 가량 밀려나고 있다.
국내 증시 역시 코스피, 코스닥 모두 큰 폭의 하락장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지수의 기술적 반등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가슴은 더욱 새파랗게 멍들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요소가 시장에 산재해 있어 당분간 주식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26포인트(1.41%) 내린 1835.28에 마감했다.
지수는 10.87포인트 내린 1850.67에 개장했지만 일본 닛케이 지수가 개장 후 15분만에 심리적 저지선인 1만5000선 아래로 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투자심리를 급격히 얼렸다.
이는 설 연휴로 국내증시가 휴장했던 지난 8~10일 일본 증시가 7% 가량 밀려나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준 이후 재차 하락폭을 확대한 것으로, 일본 증시는 3거래일 만에 13% 가량 급락했다.
일본 증시가 폭락하자 국내를 둘러싼 증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됐다. 코스피는 장 초반 1850선을 맴돌았으나 오전 12시께에는 낙폭을 2% 가까이 키워 1810선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기관이 4300억원대의 매수 물량을 퍼부으면서 지수 하락분을 일부 만회했다. 또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자동차주 3인방이 엔달러 환율 강세(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급등세로 지수 하단을 방어했고, 그외 대형주들도 상대적으로 강한 내성을 자랑하며 지수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코스닥 시장이었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39.24포인트(6.06%) 내린 608.45에 마감한 가운데 이날 한국거래소는 오전 11시 55분께 코스닥 시장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20분간 매매 거래를 중단하는 제도다. 이후 10분동안 단일가매매를 통해 시장을 진정한다.
실제로 매매중단 직전인 오전 11시 55분 기준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52.94포인트(8.17%) 내린 594.75였다.
코스닥이 6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2월 11일(595.97) 이후 처음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경우는 역대 일곱번째다.
특히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그동안 지수를 지탱했던 제약·바이오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급락장을 이끌었다.
최근 국제유가가 13년래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고,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고PER(주가수익비율)주에 투자한 자금을 대거 회수한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주식 비중을 줄이려는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를 부추기고 있다”며 “가격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라 당분간 코스닥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세계 주요국의 정책대응의 효과 여부가 관건이나 하반기 중 불확실성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패닉 국면에서 추격 매도보다는 반등을 이용한 주식비중 축소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다. 의약품은 8% 넘게 급락했고, 의료정밀(-4.81%), 음식료품(-4.58%), 종이목재(-3.87%), 증권(-3.83%), 화학(-3.48%), 유통업(-3.29%), 섬유의복(-3.15%), 서비스업(-3.11%), 비금속광물(-3.02%), 기계(-1.85%), 은행(-1.49%), 건설업(-1.45%), 금융업(-1.34%), 운수창고(-1.28%), 제조업(-0.98%) 등이 내렸다. 반면 운송장비(3.60%), 통신업(2.03%), 전기가스업(108%) 등은 상승했다.
투자주체별로는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981억원, 1915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으나 기관이 4303억원 순매수하면서 해당 물량을 받아냈다. 프로그램 매매는 3188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상승한 종목이 많았다. 특히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자동차주 3인방은 원·달러 환율 강세(원화가치 하락) 영향으로 각각 4~7% 강세를 보였다.
이밖에도 한국전력(1.34%), 삼성생명(0.46%), SK하이닉스(0.74%), SK텔레콤(3.18%), POSCO(0.57%) 등이 오른 반면 삼성물산(-2.39%), 아모레퍼시픽(-5.72%), LG화학(-1.05%), NAVER(-1.24%) 등은 내렸다. 삼성전자는 전일 종가와 같은 가격에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한가를 기록한 동양3우B, 혜인을 포함해 113개 종목이 올랐고 739개 종목은 내렸다.
코스닥 시총 상위종목들은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시총 상위 30종목 가운데 빨간 불을 켠 종목은 코데즈컴바인(0.67%), 대화제약(4.22%) 뿐이다.
시총 1위 셀트리온은 11.66% 급락했고,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코미팜
이밖에도 카카오(-7.85%), 동서(-3.78%), 로엔(-4.07%), 이오테크닉스(-4.42%), 파라다이스(-3.15%) 등도 큰 폭으로 밀려났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엠에스씨, 포메탈 등 2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유니더스, 나노스 등은 하한가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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