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꾸준한 이익을 내왔던 A법인의 대표 김모씨(51). 지난해 신규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다가 실패해 큰 손실이 났다.
상심해 있던 그는 최근 지인에게서 이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큰 손실이 난 상황이 양도세 등 세금 절약 관점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세 명의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도 가지고 있었기에 곧바로 세무법인을 찾아가 세무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았다.
부진한 기업실적은 당연히 주주 입장에서 원치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식 양도를 원하는 대주주라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이 상장사든 비상장사든 관계 없이 말이다.
상장회사의 주식은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주식 가격이 존재한다. 증여일 이전과 이후 2개월간 종가 평균액을 기준가격으로 삼기 때문에 주가가 낮을 때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세 부담에서 유리하다. 물론 주가 결정 요인에는 실적 뿐만 아니라 수급 등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부진한 실적이 반드시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 비상장회사의 주식은 장내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상장주식의 경우에는 시장가격 대신 최근 3년의 실적과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주식가치를 정하게 된다. 만약 비상장회사가 일시적으로 손실이 나면 주식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이 때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면 세 부담이 줄어든다.
주식증여할 자녀가 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차명주식 문제가 있는 주주라면 기업손실이 발생한 시기를 차명주식 정상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과거에는 법인 설립을 위해 최소 3명의 발기인이 있어야 한다는 법인 설립 요건이 있었다. 지난 2001년 상법이 개정된 후에는 1인만으로도 법인 설립이 가능해졌다. 법인 설립을 앞두고 발기인 3명 조건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렸다가 주식가치 상승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차명주식을 정리하지 못한 대주주라면 일시적인 실적악화를 틈타 본인 명의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차명주식은 제 3자의 명의를 빌려 주주명부에 등재만 한 것을 말한다. 50% 넘게 지분을 가진 과점주주의 의무사항인 제2차 납세의무나 간주취득세 등의 납세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차명주식을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를 방치하면 탈세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정부에서는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빠르게 차명주식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주식양도 또는 증여가 필요한 상황에 처한 주주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다. 이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비상장 주식이 저평가되는 시기를 차명주식 정리의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양도소득세나 증여세가 적게 나온다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이다. 황룡 가현택스 세무사는 “비상장주식의 가치평가는 평가 시점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주식이 저평가되는 시점을 활용해 증여하거나 양도하면 큰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낮추기 위해 배당이나 퇴직정책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 받을 수 있는 절세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부터 퇴직금 중간정산 인정요건에서 ‘법인의 임원이 향후 퇴직급여를 지급받지 아니하는 조건으로 급여를 연봉제에 전환하는 경우’가 삭제되기 때문에 세율이 낮은 퇴직금을 최대한 인정받기 위해 연봉제 전환을 서두른 기업이 적지 않다. 임원이 절세 효과를 최대한 누리게 하기 위해서다.
이들 기업들은 연봉제로 전환한 임원들에게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지급했다. 대규모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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