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구주주 청약이 99.9% 청약률로 마감된 이후 유상증자 불참을 선언했다. 대신 "증자가 끝난 후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인수에 대한 이 부회장 의지는 확고하다"며 "일단 시장에서 매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시장 매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투자자들에게서 신뢰를 회복하고 그룹 오너로서 책임감을 보여주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변성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주가 상장되면 차익 실현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차익 실현 물량을 받아주며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자 성공'을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확대해석하면 증자 후 주가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돼야 비로소 증자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SDI 등 계열사가 가진 지분을 블록딜로 인수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증자 후 삼성SDI가 보유하게 되는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은 총 2291만8426주다. 지난 19일 종가(1만1200원) 기준으로 2567억원 규모다.
이 같은 예상이 나오는 것은 삼성SDI가 굳이 삼성엔지니이링 지분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율을 끌어올리면 삼성물산이나 삼성중공업과 합병 등 그룹 재편 과정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관련된 그룹 재편에 대해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미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는 삼성중공업과 합병할 가능성보다는 삼성물산과 합병할 가능성이다. 단순 합병보다는 삼각 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건설 부문을 자회사로 분할하고 분할된 자회사와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에 대한 대가를 삼성물산 주식으로 받게 된다. 삼성물산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정대로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완전히 정상화를 이룬 이후에나 검토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