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투신권은 국내 주식을 355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19일 26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사자' 행진을 멈추기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11거래일간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급락한 코스피가 2월 들어서도 박스권 하단인 1900선 부근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저가 매수 수요가 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로 돈이 몰렸다고 분석한다. 박스권 학습 효과로 '코스피 1900 밑에서 사고, 2000 위에서 파는' 투자전략이 공식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로 5거래일 연속 2457억원이 들어왔다.
올해 들어 18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평균은 -3.5%에 불과했지만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순매수로 연결됐다.
올해 1월부터 집계해도 투신은 1조원 넘는 국내 주식을 사들여 외국인이 빠진 빈자리를 메우는 수급 주체로 떠올랐다. 총 1조5537억원어치를 순매수해 같은 기간 연기금이 286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비를 이뤘다. 특히 올해 조정장에서 주가가 많이 떨어졌던 네이버(545억원) 신한지주(419억원) 현대차(404억원) KB금융(312억원) 한국전력(294억원) 롯데케미칼(278억원) 에쓰오일(265억원) 포스코(263억원) 등 저평가 대형주 위주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1950~2000선에 도달할 때까지는 투신이 당분간 계속 저가 매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 유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코스피 1950선 이하에서 자금이 가장 활발하게 유입됐다"면서 "당분간 투신권이 많이 담는 업종·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스피 조정기가 길어질수록 박스권 상단과 하단도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과거보다 환매물량이 빨리 나타날 가능성은 염두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2000선을 넘어야 비로소 차익실현 물량이 나왔다면 이번에는 1950선만 넘으면 일단 매도한 뒤 장세를 지켜보려는 관망 심리가 커질 수 있다"며 "무조건 투신이 담은 종목을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가격 부담이 낮은 종목 위주로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