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의 소형 굴착기 제조 자회사인 두산밥캣이 연내 한국 증시(코스피)에 상장한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을 증시에 기업공개하면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겠다는 포석이다.
23일 두산인프라코어는 75.5% 지분을 들고 있는 자회사 두산밥캣을 한국 증시에 연내 상장하기로 하고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최근 북미 주택 건설 시장의 호조세를 감안할 때 기업가치 평가 측면에서 지금이 상장의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두산밥캣 상장은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미국 시장이 아닌 한국 증시에 입성하기로 한 것은 다소 의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미국 밥캣을 인수할 때부터 사업을 키워서 차후 글로벌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밝혀왔다. 특히 두산밥캣은 매출의 60~70%를 북미 시장에서 올렸고, 주력 공장도 여전히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있는 만큼 미국 증시 상장이 유력시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한국 증시를 택한 이유로 '흥행과 리스크 관리'를 들었다. 초대형 기업이 즐비하고 제조업 관심이 떨어지는 미국 증시보다는 국내 최고(最古) 그룹 두산의 브랜드 프리미엄이 먹히는 한국 증시에서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흥행이 돼야 공모가가 높아지고, 그래야 두산그룹으로 들어오는 유동성이 커진다. 엄격하기로 이름난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도 미국 증시 상장을 꺼리는 이유다.
두산밥캣은 전 세계 20여 개국에 30여 개 해외법인·지사를 거느리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다. 상장 소요 기간이나 관리비용도 한국 증시가 유리하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게 돼
또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선 최소 2년여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국거래소에선 연내 상장이 가능하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속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두산 입장에서는 한국을 택하는 게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한예경 기자 /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