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출시를 앞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놓고 금융권이 떠들썩하지만 정작 투자자들 사이에선 마땅히 투자할 만한 상품이 없다는 불만이 크다. 국내주식은 원래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고 해외주식은 지난달 말 출시된 비과세 전용펀드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증권사 PB들은 그나마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 투자가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최근 홍콩H지수 ELS에 대한 원금손실 공포가 크다. 더구나 판매사나 투자자가 모두 선호하는 일임형 ISA는 안정 성향 고객이 ELS를 담기가 까다롭다. 이래저래 ISA가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는 이유다.
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ISA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업계나 금융당국 기대만큼 크지 않은 분위기다. 가입 대상에서 가계 재테크의 열쇠를 쥔 전업주부나 금융소득종합 과세자가 빠진 데다 비과세 소득 한도가 5년간 최대 250만원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ISA 바구니에 담을 금융상품이 마땅치 않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영업부 수석PB팀장은 "ISA를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고 하지만 국내주식형 펀드는 원래 매매차익이 비과세 대상이고, 해외주식형 펀드는 비과세 한도 제한이 없는 전용펀드를 활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채권형 펀드의 경우 상반기에는 국내 기준금리 한 차례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하반기나 내년까지 보면 지난 몇 년간 주요국들이 인하 경쟁을 펼쳤던 금리가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투자 전망이 썩 밝지 않다.
결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ELS나 DLS를 투자할 때 ISA를 비과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PB센터 부장은 "유럽이나 홍콩 등 주요 지수가 어느 정도 조정을 받았고 원금손실 조건이 비교적 안전하게 설계된 상품도 연 수익률이 6% 이상으로 높아 ELS나 DLS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판매사나 투자자 모두 절차가 번거로운 신탁형보다는 금융회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일임형을 선호한다. 문제는 일임형의 경우 고객 위험성향이 4등급(저위험)이나 5등급(초저위험)으로 측정되면 ELS 편입 한도가 최대 10~20% 수준으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안정 성향 투자자가 ELS에 투자를 늘리고 싶다면 신탁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ISA로 국민재산 늘리기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실제 대다수 투자자는 예금이나 이와 거의 유사한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비과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