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기업평가는 '증권사 리스크 확대와 신용등급 전망'을 주제로 크레디트 세미나를 열고 "ELS 같은 파생상품 발행과 PF 우발채무 확대로 국내 증권사들의 리스크가 확대일로에 있다"고 진단했다.
우발채무란 지금은 부채로 인식되진 않지만 원채무자 파산 등 장래 특정사건이 일어나면 증권사가 대신 갚아야 하는 숨은 빚을 뜻한다. 주로 건설사들이 부동산 개발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증권사가 대신 보증을 서주는 형태로 발생한다. 높은 리스크에도 우발채무가 늘고 있는 이유는 증권사들이 부동산 투자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우발채무는 2012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 9월 말 기준 우발채무 합계는 24조1000억원으로 2011년 3월 말 7조4000억원에 비해 225% 증가했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100%를 넘는 증권사도 메리츠종금증권, 교보증권,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5곳이나 된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최근 증권사 우발채무 증가는 과거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촉발했던 PF대출 급증을 연상시킨다"며 "PF대출 증가, 대출 이후 부동산 경기 불황, 저축은행의 공격적 영업,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느슨한 감독체계 등 유사점이 많다"고 말했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교보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규모가 과도하고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 관련 비중이 너무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최근 실적 개선의 공신이었던 PF사업부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경계했다.
2011년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ELS, DLS 등 파생증권 발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ELS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됐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지난해 8월 이후 폭락하면서 대규모 헤지운용 손실이 발생했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파생증권을 통해 해외 주가지수, 환율, 상품 등 투자대상 다변화가 이루어지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에 대한 노출도가 확대됐다"며 "금융시장 환경변화에 따라 증권
증권사들의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신용등급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기업평가는 7개 증권사 신용등급과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현재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달린 증권사도 동부증권, HMC투자증권, 대우증권, LIG증권 등 4개사나 된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