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첫 부동산중개 `파장`

변호사가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공인중개업계와 법조계 간 법정 다툼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부동산중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과 마찰을 빚어온 법무법인 트러스트 라이프스타일(이하 트러스트)은 지난 21일 부동산 거래를 처음으로 성사시켰다. 트러스트 측은 22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트러스트가 법률자문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연립주택 전세 거래에 대한 잔금 지급과 명도 변경이 완료됐다"며 "트러스트는 법률자문료로 99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러스트는 '고품질 부동산중개 법률자문 서비스'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1월 영업을 시작했다. 변호사가 직접 권리분석 등 부동산 거래 전 과정을 진행함으로써 법률 전문성 부족, 거래가격 형성 과정 불투명 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사업 취지다. 비용도 45만~99만원 선으로 일반 부동산중개업소 중개수수료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싸다.
공인중개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협회는 트러스트가 정식 영업 시작 전인 지난해 말부터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부동산 중개 행위를 통해 이윤을 얻고 홈페이지에 '부동산'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등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며 압박했다. 지난 1월 국토부에 조치를 요청하고, 이달 초 강남구청에 진정서를 냈다. 그동안은 실제 거래 사례가 없어서 트러스트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걸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트러스트를 통해 거래가 성사되면서 트러스트와 협회 간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협회 관계자는 "트러스트를 무등록 중개 행위, 공인중개사 유사 명칭 사용 등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승배 트러스트 대표는 "공인중개사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는 보수를 받고 중개를 하는 것"이라며 "트러스트는 법률사무에 대해서만 보수를 받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변호사들이 부동산 중개 컨설팅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변호사가 사무소 개설 등록을 하지 않고 트러스트를 설립해 중개 행위를 하면 중개업법 제48조 제1항 규정 위반"이라며 "대법원 판례에도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 없이 ○○부동산 명칭을 사용하면 제49조 제1항 제2호 규정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 대표는 "국토부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법률 해석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 몫이니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