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엘리엇이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관해 원만한 합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에 매각할 지분 가격 수준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당초 제시 가격인 5만7234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매각대금은 대략 4430억원이 될 전망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6월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한 뒤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하는 한편 주식 현물배당, 중간배당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과 더불어 주주총회 결의금지,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총공세를 폈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 등 소송에서 엘리엇은 모두 패소했고, 주주제안 역시 주총에서 모두 부결되며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이후 같은 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주주총회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하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지만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 5만7234원이 낮다며 거부하고 법원에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엘리엇이 꺼낸 '최후의 카드'인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조정마저 법원 1심에서 삼성물산 측 승리로 끝남에 따라 엘리엇이 결국 지난 23일 삼성물산과 가격에 합의하며 관련 소송 취하를 결정했고, 이와 함께 양측 간 소송전은 일단락됐다. 엘리엇이 끈질긴 소송전을 이어나갔지만 사실상 '백기투항'을 한 것이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은 엘리엇에 대해 지분 5% 이상 보유 주주가 해당 지분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는 '5%룰' 위반 혐의로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삼성물산 지분 매집 과정에서 외국계 증권사와 총수익스왑(TRS) 거래를 악용해 몰래 지분을 늘리고도 이를 제때 공시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총수익스왑 거래란 투자자가 계약자인 증권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대가로 주식을 대신 매수해주는 거래다. 이를 통해 엘리엇은 외국계 증권사에 대신 지분을 매집할 것을 주문한 뒤 해당 지분을 대량매매로 취득해 지분 매집 사실을 숨겨왔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경영권 공격을 통해 이익을 챙기지도 못한 데다 검찰 조사 압박까지 겹치자 삼성물산과 합의를 통해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이 경영 참가 목적을 내걸고 옛 삼성물산 경영권 공격에 나섰지만 표 대결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