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1기 동양 정기 주주총회 [사진=김경택 기자] |
30일 동양은 서울 종로구 서울YMCA 대강당에서 제6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등을 처리했다. 이 중 유진그룹·파인트리자산운용이 제안한 동양 이사 수를 늘리는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은 부결 처리됐다.
이날 주총의 화두는 유진그룹·파인트리자산운용 연합과 현 경영진 간의 경영권 공방이었다. 제1호 의안 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서는 현재 10명 이내로 돼 있는 이사의 수를 유진·파인트리 인사를 추가해 15~16명으로 늘리는 정관이 포함되는 등 현 경영진에 입김을 불어 넣는 내용이 다수 예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동양의 1·2대 주주였던 유진그룹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은 동양에 대한 경영참여를 선언한 이후 연일 지분 경쟁을 펼쳐왔다. 하지만 양사는 지난 28일 경영권 확보·현 경영진 감시 등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총에서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경영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현 경영진의 의지도 확고했다.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면서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나선 것.
이에 따라 이날 정기 주총이 개회돼 표결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었다. 해당 안건을 판가름할 소액주주의 비율이 전체의 약 70% 수준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또 위임장을 행사한 주주들이 많아 소액주주들이 어떤 쪽에 위임장을 넘겨줬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주총에서는 위임장을 집계하는 시간이 상당 부분 소요돼 예정시간이 약 30분이 지난 후에야 개회 선언에 들어갔다.
하지만 개회 이후 소액주주들의 표심은 현 경영진에 쏠렸다. 최근 법정관리에서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사 수까지 늘리면 회사 경영정상화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또 유진그룹이 주총을 앞두고 무리하게 위임장을 확보하러 다닌 점도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주총에 앞서 사측과 유진그룹·파인트리 연합은 직원·애널리스트들을 총 동원해 소액주주 집에 직접 방문, 표심잡기에 적극 나선 바 있다.
한 소액주주는 “현재 동양 경영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럼에도 굳이 이사 수를 늘려서 급여 지출을 늘리는 것은 다소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소액주주들은 동양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동양이 당당하게 지분 매입할 것을 권했다.
유진그룹이 적극적으로 지분을 사들인 이후 이사를 자력 입성시키는 게 올바른 책임경영의 자세라는 지적이다.
다른 한 주주 역시 “유진그룹이 동양을 인수하겠다는 목적이 있었다면 지분 매입에 충분히 시간이 있었다”면서 “주총을 앞두고 파인트리와 계약을 체결해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동양에 ‘무혈입성’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어 의문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주총은 한 소액주주가 퇴장 조치를 받는 등 한차례 소란을 빚고 약 50분이 지나서야 부의 안건 표결에 들어갔다.
이사 수를 현 10명 이내에서 16명까지 늘리는 제1호 의안에 대해 표결을 진행한 결과 찬성 주식 수는 8796만9528주로 집계돼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1/3은 넘었으나 출석 의결권 수의 2/3에 못미쳐(55.82%) 부결처리됐다.
이어 제2호 의안 이사 수를 15명까지 늘리는 의안 역시 표결 결과 전체 주식 수의 2/3를 밑돌아 부결됐고, 이밖에 대표이사 선임·해임의 주총 보통결의, 공동대표이사 제도 도입, 감사위원회 제도 도입 등의 부의 안건 역시 모두 부결됐다. 이에 따라 파인트리자산운용과 유진그룹이 제안한 제2호 의안 이사 선임의 건과 제3호 의안 감사위원 선임의 건은 자동 폐기됐다.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경영권 확보를 위해 가속을 올리던 유진그룹은 과속방지턱에 맞닥뜨리게 됐다. 유진그룹 입장에서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확실하게 확인한 만큼 지분확보 외에는 대안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최종성 유진기업 대표는 “유진그룹 직원이 저녁 늦게까지 소액주주 댁에 방문해 소란스럽게 한 점은 죄송하다”면서도 “하지만 그 부분은 우리 유진그룹과 함께 동양을 새롭게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으로 주주님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상정한 안건이 부결처리 된 점에 대해서는 “의외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내부적으로도 경영권 확보에 자신이 있었으나 동양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다소 보수적으로 나타났다는
최 대표는 “동양의 소액주주들이 바라는 바와 같이 앞으로 동양의 지분 매입을 지속해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지던 5000억원 가량의 현금 자산은 신규사업과 기존사업에 대한 투자, 직원들을 위한 복리 등으로 효율적으로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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