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이 데뷔 2년차에 슬럼프를 겪는 ‘2년차 징크스(소포모어 징크스)’ 현상이 상장사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스피 시장보다 진입 문턱이 낮은 코스닥 시장 상장사들에서 이같은 경향이 뚜렷했다.
1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코스닥에 상장한 41개사들 중 32개사(78.04%)가 상장 2년차를 맞이한 지난해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
상장 직전연도인 2013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업체가 32곳이라는 것과 대조적이다.
41개 업체의 연도별 영업이익 평균을 비교해보면, 2013년 평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83% 급증한 83억6887만원이지만 2015년 평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93% 급감한 42억1097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이 역성장한 32개 업체 중 뉴(NEW), 아이티센, 파티게임즈, 파버나인, 데브시스터즈 등 12곳은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상태다.
상장 직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0%가량 늘었지만 2년차에 급감한 기업은 하이셈, 차디오스텍, 파버나인, 데브시스터즈, 트루윈, 뉴, 신화콘텍, 영우디에스피, 에이디테크놀로지, 디티엔씨 등 10곳이다.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전문기업인 하이셈은 상장을 앞둔 지난 2013년 영업이익이 전년 759만7315원에서 38억195만원으로 약 500배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279.85% 급감하면서 41억637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하이셈은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가 낸드 테스트, D램 테스트 등의 제품 거래량을 줄이자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14년 중국 충칭에 반도체 후공정 생산법인을 준공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영업이익 급락폭이 가장 큰 기업은 파티게임즈다. 파티게임즈는 소셜네트워크 게임 ‘아이러브커피’와 ‘아이러브파스타’의 연이은 흥행으로 상장 직전 연도인 2013년 전년 대비 29.88% 늘어난 91억3229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88.75% 급감하며 62억9575만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또 다른 게임업체인 데브시스터즈도 상장의 원동력이던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후속작 출시가 지연되면서 상장 2년차인 지난해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신규 상장을 추진한 지난 2014년 270만주를 주당 5만3000원에 공모해 1431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2015년 영업이익이 2014년 330억2644만원에서 112.52% 추락하면서 41억3447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역시 적자전환했다.
2014년 코스닥 신규 상장사 중 최대어인 SKC코오롱PI도 2년차 징크스를 피해갈 수 없었다. SK코오롱PI의 영업이익은 2013년 전년 대비 44.41% 늘어난 394억5887만원을 기록했지만, 2014년 5.17% 감소했다. 상장 2년차인 2015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66%(약 85억원) 줄어든 289억4179만원으로 급감했다.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1280만주를 주당 8000원에 공모해 자본이 1024억원 늘어났지만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ROE(자기자본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해졌다. SK코오롱PI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톱 등에 쓰이는 폴리이미드(PI)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2014년 코스닥에 상장한 업체는 대부분은 상장 첫 해부터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지난 2014년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41곳 중 당해연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업체는 20곳(48.78%), 2년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한 업체는 17곳(41.46%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증권시장 상장 요건은 엄격하지만, 기업 실적이 고점에 있을 때 진입하기 때문에 1~2년 지나면서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으로 인해 자본은 증가하지만 수익이 동반 성장하지 못해 ROE(자기자본이익률)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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