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번 총선으로 19대 국회에서 부동산 정책을 다뤘던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위원 31명 가운데 11명이 낙선 또는 불출마로 자리를 비우게 됐다. 그간 정부와 발맞춰 재건축 연한 단축 등 부동산3법 통과에 주력해왔던 새누리당 주요 의원(이노근·김태원)이 줄줄이 떨어진 반면 더민주에서 대표적인 강성파로 분류됐던 의원(이언주·김상희)들은 살아남은 만큼 향후 부동산 정책에서도 야당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건설업 관련 협회 관계자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힘썼던 여당 의원이 대거 낙선하면서 앞으로 정비사업 등 관련 규제를 푸는 데 제동이 걸릴 듯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더민주가 주장해온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요구가 다시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치솟는 전·월세 값을 잡겠다'며 지난 국회 때 더민주는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를 만들면서까지 두 제도의 도입을 밀어붙였지만 여당과 정부의 반대로 결국 실패했다. 실제 더민주의 이번 총선 주요 공약에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적용이 포함돼 있는 만큼 20대 국회에서도 두 제도는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뜩이나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가격 책정이나 거래 자율성에 제한을 둔다면 집주인들이 더 전세 놓기를 꺼려 결국은 '전세의 종말'을 앞당기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보완장치까지 마련되지 않을 바에야 오히려 전세 수요자들의 주거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여당 일각에서는 부동산 관련 과세를 낮추자는 주장이 나와 20대 국회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 강남갑에서 당선된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낮추는 등 경기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 의원이 과거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감독원 감사 등을 거친 여권 대표 '경제통'으로 꼽히는 만큼 부동산 등 경제 관련 이슈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택 매매시장은 기존에 예고된 규제정책들이 당분간 시장을 움직여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음달 지방에서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기존 주택에 대한 매매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등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출규제 강화 영향을 받지 않는 분양시장은 수도권과 지방에서 모두 '분양가'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총선 이후 분양시장은 '양극화', 기존 매매시장은 '전반적인 안정세'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특히 총선 이후 분양 물량이 집중되는 만큼 분양권이나 입주권 역시 시세 폭등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중심축이 실수요 위주로 옮겨간 데다 투자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산될 대출규제 정책에 미리 대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분기 수도권에 분양될 물량은 올해 수도권 연간 분양 물량 가운데 53%에 달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화성·시흥·평택·남양주·하남에서 각각 5000가구 이상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라면서 "이들 지역 분양 성패가 2분기 수도권 분양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청약시장이 달아오르더라도 막상 계약이나 분양권 전매 거래 등은 그에 비해서는 잠잠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행복한부동산센터장은 "이른바 '돈 될 만한 지역'으로 분양권 전매 투자자들이 몰려 국지적인 청약 열풍이 불 수는 있지만 대구나 부산 등에서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아 당분간은 정치권 움직임보다는 시장 분위기 자체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올해 들어 서울 수서·세곡, 경기 동탄2신도시 등을 비롯해 강원도, 경상도 등 전국적으로 교통 호재가 있는 만큼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김기정 기자 / 김태성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