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들이 최근 국내 주요 캐피탈사의 신용등급을 연이어 하향조정하면서 캐피탈사들의 자금조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업계 1위 업체인 현대캐피탈과 은행 계열 캐피탈사를 제외한 비은행 캐피탈사들이 주로 등급 하락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캐피탈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대출금리도 올릴 수 밖에 없어 자연스레 카드사·저축은행 등 다른 제2금융권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초 한국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것은 향후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효성캐피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로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아주캐피탈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자금 조달금리(회사채 발행금리)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아주캐피탈 1년만기 회사채 발행금리는 지난달 24일 기준 2.51%로 2월(2.41%)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캐피탈 역시 이달 11일 발행한 1년 만기 회사채 조달금리가 3.26%로 지난달 초(3.21%)보다 올랐다.
신평사들이 캐피탈사의 신용등급을 연이어 하락시킨 것은 캐피탈사의 주 업무인 자동차 할부·리스 시장에서 다른 업권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과 카드사에 자동차 할부금융을 허락함에 따라 경쟁자들이 시장에 속속 진입하면서 캐피탈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캐피탈 업계는 잇단 신용등급 강등에 전적으로 수긍하긴 어렵단 입장이다.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충분한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보유한 캐피탈사들이 후발주자인 카드사나 저축은행에게 단시간에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아주캐피탈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사는 주로 딜러들이 권유한 곳을 선택하게 되는데 캐피탈사들은 딜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신평사들이 실제 시장의 분위기를 모르고 상황 논리에 따라 단순하게 등급을 내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 시장의 성장세
[정지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