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총 9120억원(22일 미포함)에 달한다. 지난주(9255억원)를 포함해 약 2주 만에 1조8000억원 이상 대규모 자금이 국내 펀드 시장을 빠져나간 셈이다. 한 주 만에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1조원 안팎이 이탈한 것은 코스피가 2100선을 넘었던 지난해 4월 셋째주(-1조3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코스피가 34.6포인트(1.75%) 급등한 영향에 하루 만에 3000억원 규모 환매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국내주식형 펀드 자금 흐름은 코스피 2000선을 전후로 크게 움직인다. 수년째 코스피가 박스권(1800~2100)을 지속한 탓에 2000선 근처가 상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며 1800~1900선 초반에 매수하고 2000선 안팎에서 환매해 차익을 실현하는 패턴이다. 이 때문에 자금 유출입의 대부분은 지수를 추종하는 코스피200 등 인덱스·레버리지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다만 최근 들어선 펀드 유형에 관계없이 자금이 빠지고 있다. 지난주의 경우 9000억원 중 약 4000억원이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자금 순유출 상위 10개 펀드를 보면 '신영고배당'(-1200억원) '한국투자네비게이터'(-620억원) '메리츠코리아'(-480억원) '베어링고배당'(-440억원) 등 상대적으로 투자 기간을 길게 두는 액티브 펀드에서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두드러졌다.
범광진 KB자산운용 리테일 부장은 "3월 이후 증시가 조금씩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다"며 "투자자들의 자금 규모가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사모펀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과가 나타나면서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이 이동한 것도 국내 공모주식형 펀드 자금 이탈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국내주식형 펀드와 달리 안전자산인 채권형펀드에는 꾸준히 자금이 몰리면서 올해 2조2462억원이 순유입됐다.
펀드별로는 '한화단기국공채'에 3331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삼성코리아단기채권', '미래에셋솔로몬중기', '키움단기국공채' 등도 2000억원 이상 설정액이 증가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구조조정 등의 이슈로 회사채의 리스크 부담이 커진 것이 단기국공채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채권형펀드에 대해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반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5년 동안 펀드·ELS·예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
다만 투자전략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추구할 것을 조언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 연구원은 "공모주, 배당주 등 주식전략을 통해 플러스 알파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혼합형 펀드나, 위험자산의 비중을 함께 늘리는 전략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채종원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