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그거 아니? 우리 지점에 모텔러 있잖아. 그 사람 알고보니 ‘교환방’이지 뭐야”
대낮 점심시간부터 모텔 얘기를 서슴지 않는 옆 테이블의 화끈하고 과감한 대화에 얼굴이 붉어진다. 교환방은 도대체 무엇을 교환하는 은밀한 방이길래 모두가 저렇게 놀란투로 얘기하는 걸까. 이들의 대화를 엿듣는 사람들의 호기심은 커지고 발칙한 상상만 늘어간다. 헛기침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목소리를 줄이긴커녕 떳떳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은행원’이기 때문이다.
모텔러·교환방 등 은행원들만 사용하는 이색 은어들이 눈길을 끈다. 해당 은어를 사용함으로써 행원들은 일종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업무 관련 대화도 보다 수월하게 이어간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모텔러’는 은행의 은어로 영업점 전체의 현금입출금을 총괄하는 직원을 말한다. 즉 ‘모텔+러’와 같은 아찔한 단어가 아닌 ‘엄마 텔러’라는 의미다. 반대로 ‘자텔러’는 모텔러로부터 자금을 받아 단말기를 조작하고 입출금업무를 담당하는 ‘자식 텔러’ 직원이다. 지점 소속 자텔러 직원중 1명이 모텔러 업무를 겸해 지점마다 모텔러가 적어도 1명씩은 있는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점업무를 보다보면 현금이 떨어져 ‘모텔러에게 관련 업무를 요청하겠습니다’와 같이 관리자를 찾을 때가 있다”며 “고객들이 창구에서 ‘모텔’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흠칫흠칫하는 것이 느껴지기도 해 일종의 ‘깨알 재미’로 삼고 있다”며 웃었다.
은행 직원들의 연애나 결혼상황을 설명하는 은어도 있다. ‘교환’ ‘대체’ ‘출납’ 등 돈의 흐름을 설명하는 은행전문용어는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결혼을 의미하는 ‘방’과 아직 교제중인 ‘커플’등과 어우러져 그들만의 언어가 된다.
교환은 서로 다른 은행이 수표나 어음을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직장이 다른 은행원들이 결혼해 가정을 이룬 경우 이들을 ‘교환방’이라고 부른다.
같은 은행의 한 통장에서 돈을 찾아 다른 통장으로 입금시키는 것을 은행원들은 ‘대체’라고 한다. 월급통장에 있던 돈을 적금으로 옮기는 식이다. 같은 은행직원들끼리 연애를 할 경우 이들을 ‘대체커플’로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체커플은 대학 캠퍼스의 비밀커플처럼 ‘대체방’으로 사랑의 결실을 이룰때까지 보안유지에 만전을 기한다.
‘출납방’은 은행원이 고객이나 거래처 직원과 결혼하는 경우다. 고객에게 돈을 내주고 받는 것을 ‘출납’으로 부르는 데서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간 교류모임이 활발하게 진행중에 있어 요즘은 행내에서 눈치보이는 대체커플 보다는 교환커플을 선호하는 것이 대세”라며 “행원들만 쓰는 은어는 같은 직업끼리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한 몫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