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12개월 선행 PBR가 1배 미만인 종목은 56개에 달했다. PBR는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PBR가 1배보다 작으면 주가가 장부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싸다는 뜻이다. 한국 증시 간판급 대형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헐값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증시 PBR가 낮은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증시에서 성장주 대비 가치주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특히 저PBR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순자산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국내 증시의 낮은 PBR가 부각되고 있다"며 "현재 국내 증시 PBR는 0.9배 선으로 여전히 선진국 평균보다 47%나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실적이 개선됐지만 낙폭이 과다했던 저PBR주들은 올 들어 돋보이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5월 3일 현재 12개월 선행 PBR가 0.5배도 채 되지 않는 대형주는 10개(10%)였다. 이들 대형주의 연초 대비 평균 주가등락률은 10.87%로 코스피시장(1.2%)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 10개 종목 중 절반이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BNK금융지주 KB금융 기업은행 등 은행주였다. 한정태 하나금융지주 연구원은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던 데다 예대마진이 상승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며 "최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이 은행주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지만 상승 여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 업종에서 가장 PBR가 높은 신한지주 PBR가 0.6배에 불과하다.
이 밖에 PBR가 0.5배 미만인 대형주 중에서 한국가스공사(15.7%) 롯데쇼핑(12.9%) 현대제철(21.9%) 등이 연초 대비 크게 상승했다. 김광현 연구원은 "최근 들어 업종 내에서도 PBR가 낮은 종목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철강 대표주인 포스코는 올해 들어 주가가 38%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PBR는 여전히 0.5배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피어 기업인 미국의 누코어(2.1배), 중국의 대표 철강업체 바오산철강(0.8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편 연초 대비 올해 PBR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종목은 삼성SDS였다. 삼성SDS의 3일 현재 12개월 선행 PBR는 2.5배로 연초 대비 36% 하락했다. PBR 하락폭이 큰 대형주들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니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종목의 주가가 연초 대비 급락했다. SK, LG이노텍,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에만 해도 PBR가 1배를 웃도는 수준이었으나 현재 1배 미만으로 하락한 상태다. SK와 LG이노텍, 삼성전기의 주가는 전년 말 대비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