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를 중심으로 한 중소형빌딩이 자산가들의 뭉칫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매일경제와 신한은행이 슈퍼리치 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중 ‘하반기 여윳돈을 어떤 부동산 상품에 투자하겠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32.9%가 꼬마빌딩을 꼽은 가운데 특히 30억원 이상 자산가의 70%, 20억~30억원 미만은 42%가 중소형 빌딩을 골랐다. 보유자산이 많을 수록 수익형부동산 중 빌딩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중소형 빌딩 거래금액은 5조5077억원, 거래건수도 1030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거래액 역시 최근 3년간 분기별 평균보다 최고 1.7배 많은 1조1500억원에 달했다.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상무는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수요가 넘치다보니 이제는 오히려 매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소형빌딩에 이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를 유망 수익형부동산으로 꼽았다. 특히 최근 정비사업이 활발한 서울 강남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향후 10년 안에 국내 최고의 부촌(富村)으로 떠오를 지역을 묻는 질문에는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자이 등 초고가 재건축 아파트가 즐비한 서초구 반포동(38.2%)이 압구정동(29.1%)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재건축이 한창인 개포지구를 꼽은 응답자는 1.8%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 자산가를 상대로 같은 조사를 했을 때 압구정동이 1위, 반포동이 2위를 차지한지 불과 반년만에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아직 정비사업이 현실화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압구정 보다는 실제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성공하는 반포로 부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은 “반포는 평당 최고 4000만원에 달하는 고분양가에도 잇따라 분양에 성공하고 중산층이 모이면서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등 압구정을 대체하는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자산가들이 주택을 고르는 기준으로는 교통환경(54.5%)이 명문 학군 등 교육환경(20%)을 압도했다. 무려 75.3%에 달하는 자산가들이 주택 구입 목적으로 매매차익과 임대수익을 꼽은 가운데 확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요소로 지하철 9호선 역세권이나 수서발 고속철도(SRT) 같은 교통호재에 주목한 것이다.
한편 최근 지방을 강타하고 있는 사상 최악의 해운업계 불황이 자산가들의 전반적인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도 주목된다. 부산과 대구, 대전 등 지방 대도시 집값에 대한 질문에서 하반기에 5% 수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29%를 차지하는 등 자산가 중 76.4%가 3~10% 지방 주택가격이 빠질 것을 예상했다. 상승을 기대하는 응답은 9.1%에 그쳤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수요자들의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부산과 울산 등 주요 도시를 시작으로 지방 아파트시장이 경착륙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된 탓이다. 지방에서 시작된 주택시장 위축이 전국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이번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로 절반이 넘는 56.4%의 자산가들이 ‘주택을 구입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집값 하락 우려를 꼽았다. 불확실한 경제상황(23.6%)이라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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