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에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8300억원대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4~5년전만 해도 증권사들이 ELS 헤지거래의 60~70%를 외국계 투자은행(IB)에 일정 대가를 지급하고 위탁해왔다. 하지만 최근 2~3년새 수익 확대를 노리고 자체 헤지거래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인 게 도리어 화근으로 작용했다. 자체 헤지에 실패하면서 대규모 운용손실을 국내 증권사들이 직접 떠안게 된 것이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2016년 1분기 증권사 잠정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영업중인 56개 증권사들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파생상품 매매에서 830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증권사 파생상품 매매손실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3분기 기록한 1조3187억원 손실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금감원 관계자는 “파생상품 손실 대부분은 ELS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와 주식·채권 발행이나 인수합병 주관 등 IB수수료도 작년 4분기에 비해 각각 430억원과 1248억원 줄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6000억원에 달했던 기타손실(환차손)이 1000억원 규모로 크게 줄면서 1분기 증권사 전체 당기순이익은 6067억원으로 작년 4분기 3056억원보다 3000억원 가량 늘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무리한 자체헤지 확대가 지난 1분기 ELS 관련 손실이 커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3년 안에 일정 가격(보통 발행가격의 50%)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발행 증권사가 정해진 수익 연 5~8%를 가입자에 지급하는 구조화상품이다. 투자자에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발행 증권사는 매일 끊임없이 헤지 거래를 한다.
2010년말 30%였던 국내 증권사의 ELS 자체헤지 비중은 2013년말 40%, 2015년말 47%까지 높아졌다. 올해 2월 말에는 53%로 절반을 넘어섰다. 2003년 국내에서 ELS가 발행되기 시작한 지 13년 만에 처음이다. 반대로 국내 증권사가 ELS 발행 수익의 약 0.5%를 외국계 IB에 나눠주는 대신 헤지거래를 맡기는 ‘백투백 헤지’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헤지 비용을 아끼거나 헤지거래 과정에서 초과 운용수익을 챙기려는 욕심에 자체헤지를 늘렸지만 결과적으로 헤지 운용에 실패하면서 대규모 손실폭탄을 맞은 것이다.
ELS 헤지는 보통 선물과 옵션 매매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방향성이나 변동성 예측에 실패하면 자칫 대규모 손실을 입을수 있다. 예를 들어 지수 하락시 반등을 기대하고 선물을 매수했는데 지수가 추가로 폭락하거나, 반대로 지수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풋옵션(특정 시점에 미리 정해진 가격에 팔수 있는 권리)을 샀는데 지수가 오르면 손실이 생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IB에 나눠주는 수수료를 아끼려고 지난 몇년간 국내 증권사들이 무분별하게 자체헤지를 늘려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일부 국내 증권사들은 헤지를 아예 하지 않거나 초과수익을 노리고 과도한 헤지거래를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자체헤지를 한다고 해서 꼭 손실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증권사별 시스템이나 운용역량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ELS 상품 설계 및 발행·운용 등 전 과정을 올해 중점 검사항목으로 지정하고 지속적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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