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방문으로 총 456억달러(52조원) 규모 수주 기대감에 해외 건설업계에 '이란 바람'이 불고 있지만 크게 3가지 변수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이란 진출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리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많아 실제 본계약 성사까지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5일 해외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란 수주의 가장 큰 걸림돌은 펀딩갭(Funding gap)이다. 해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 정부가 자국산 자재·인력 사용을 총사업비의 50%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이때 우리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제공할 수 있는 금융 지원은 제약을 받아 20% 이상 펀딩갭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총사업비 100억달러 프로젝트에서 이란 정부는 공사비 15억달러만 지급하고 85억달러는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조달해야 한다. '시공자 금융주선' 방식으로 '설계·조달·시공(EPC)+금융(F)'이라고 한다. 이란 프로젝트는 대부분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발주처인 이란 정부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수은과 무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협약에 따라 한국산 인력·자재 등 '코리아 콘텐츠'가 들어가는 사업비의 115%까지만 대출·보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건설사는 50억달러의 115%인 57억5000만달러까지만 수은·무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란 정부가 지급하는 15억달러를 더해도 공사비 27억5000만달러는 받을 곳이 없다.
해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 정부와 협상해 15%인 다운페이(착수금) 규모를 늘리거나 세계은행(WB)·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에서 빌려와 펀딩갭을 메울 수밖에 없지만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20억달러 규모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KOIF)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이 또한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KOIF는 투자개발형 사업에 출자하는 펀드로, 도급사업과 같은 구조인 시공자 금융주선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펀딩갭 문제는 유로화 결제(Euro payment) 문제와도 직결된다. 유럽계 은행들이 미국 눈치를 보느라 이란 정부 보증을 믿고 공사비를 빌려주려고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강 장관도 "유럽 은행이 이란과 거래를
건설사들은 제재 복원(Snapback)도 우려한다. 이란이 핵활동을 재개하면 서방 경제 제재는 원상 복구되는데 이때 이란 진출 기업들은 타격이 크다. 제재 복원 조항이 핵합의안(JCPOA)에 포함돼 향후 10년간 유효한 것도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