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주식매매를 하는 직장인 A씨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 때 일회용 비밀번호생성기(OTP)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OTP를 집에 놓고 출근하면 주식 거래를 하지 못하는 불편함 때문에 최근 도입된 지문·홍채를 활용한 인증 방식을 새롭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지문 인증을 통한 주식 거래 시대가 이르면 내년부터 열린다. 올해 1월 금융투자업계의 정보기술(IT)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주축이 돼 발족한 'IT위원회'는 증권사들의 바이오인증 시스템 구축을 올해 핵심 과제로 수행 중이다. 이달부터 생체 인증 관련 플랫폼 설계를 시작해 하반기 시범테스트를 거쳐 내년부터 고객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전자금융거래 시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화가 폐지되면서 금융권은 다양한 인증 수단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문 홍채 정맥 등 바꿀 수 없는 개인 고유의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증 방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미 미국 씨티은행을 비롯해 일본 영국 등에서는 바이오정보를 통해 계좌 개설, 대출 신청, 카드 신청, 현금 인출 등이 가능한 은행이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대형 은행 몇 곳을 중심으로 지난해 지문 인증 서비스가 도입됐다.
금융투자업계 정보보호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병철 대신증권 전무는 "은행과 달리 증권업계는 '신속한 주문 및 체결' 이라는 특성을 추가로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진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생체 인증을 활용한 서비스는 1차적으로 증권사 계좌 내에서 이체 업무를 가능하게 한 후 내년 하반기에는 주식 매매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생체 인증이 공인인증서의 대체재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바이오인증 시스템을 활용 중인 타 산업에서 해킹·복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생체정보는 유출돼도 이후에 변경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생체정보를 금융결제원과 증권사가 분리해 보관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며 "두 기관이 보유한 정보가 결합될 때 주식 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 금융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는 타 금융업권에 비해 IT 투자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IT 예산을 보면 은행권과 보험권은 각각 22조원, 26조원을 배정한 반면 금융투자업권은 7조원에 불과했다. IT 예산 중 신규 분야 투자 비중도 은행은 39%, 카드사는 52%인 데 반해 금융투자업권은 19%였다.
이런 척박한 환경 때문에 IT 전문 인력도 은행·보험·카드사와
한 증권사 IT 관련 임원은 "금융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 부족, 인력 이탈로 우월한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며 "금융투자업계 경영진을 중심으로 IT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