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같은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웬만한 사기업들도 금융실명제를 위반해 차명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익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삼성그룹의 차명계좌가 확인되면서 허술한 금융실명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실명제법상 금융계좌는 본인이 직접 금융기관을 방문해 개설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부득이한 경우 대리인을 통해 계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때 반드시 계좌개설자의 인감증명을 포함한 위임장과 신분증면서, 그리고 대리인의 신분증명서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대리인이 계좌를 개설할 때 발생합니다.
삼성그룹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 대부분의 사기업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계좌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 : 금융기관 관계자 - "비서들이나 밑에 직원들이 와서 담당하는 임원들 통장을 만들어 가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대부분 개설자 신분증만 가지고 와서 개설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서들 얼굴을 알다보니까 통장 개설을 해준다. 대부분 금융기관이 그렇게 하고 있는 걸로 안다."
계좌개설을 위해 본인이 직접 금융기관을 찾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다는 얘깁니다.
금융기관들로선 불법인줄 알지만 주요 고객인 기업의 요청이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이 만든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계좌도 이런 과정을 거쳐 개설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는 금융당국으로선 마땅한 대책이 없어 고민입니다.
☎ : 금융감독원 관계자 - "모두 정상적으로 일단 처리됐다고 전제를 해야지, 그걸 전부 조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명법상으로도 기본적으로 최소한만 접근하게 돼 있다."
금융실명제 위반 사실이 적발돼도 해당금융기관만 과태료를 부과 받을 뿐 차명거래자는 실명법상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습니다.
게다가 차명계좌의 자금 소유권도 일차적으로 차명 거래자에게 있어 차명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적절한 거래와 금융당국의 안일한 감시 속에 금융실명제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mbn 뉴스 조익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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