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고분양가 논란을 촉발시킨 단지롤 꼽히는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3단지) 견본주택이 문을 연 8일 혼잡이 빚어질 정도로 방문객이 몰렸다. 특히 중소형 유닛과 상담석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상담사들과 예비청약자들 사이에 설전도 벌어졌다.
급작스런 중도금 보증 규제가 첫 적용되는 단지가 되자 분양가와 청약 일정을 두고 오락가락 하면서 확정하지 못한 채 견본주택을 연 때문이다. “연락처를 남겨주면 청약 일정을 문자로 공지하겠다”는 분양 상담사에게 방문객인 양 모씨(62)는 “분양가와 청약 일정은 물론이고 중도금 대출규제가 첫 적용되는 만큼 중도금 조건이 궁금한데 정해진 게 없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장영수 재건축조합장은 “일반분양이 69가구뿐인데 보증금 대출심사에 13일이나 걸린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평균분양가를 4319만원으로 대폭 낮춘 만큼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분양가 제동·중도금 대출 규제·불법 거래 단속’으로 혼란이 인 가운데서도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 투자 열기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저금리 기조에 여유자금이 강남권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든 데다 대형 건설사들이 초호화 아파트 짓기 경쟁을 벌이는데다 개포주공 1단지에서 조합원 추가분담금 인하 소식까지 전해져 투자자 발걸음이 바빠진 때문이다.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불법전매·다운계약 단속에 나선 뒤 개포동 일대 공인중개소 일부가 문을 닫아 겉으로는 한산했지만 실제론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1단지 조합원 물건의 추가분담금이 많게는 1억여원까지 줄어든다는 소식이 점점 퍼지면서 매매 문의가 계속 온다”며 “단속 와중에서도 1주일 새 3건 이상 거래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건축을 통해 총 6642가구 대단지로 변신하는 개포1단지는 개포 재건축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단지로 일반분양분만 1216가구에 달한다. 지난 4월 말 사업시행인가 이후 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지난달 말 까지 1억원이 훌쩍 넘게 몸값이 올랐다.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1단지 현재 전용 47㎡형을 소유한 사람이 재건축 시 전용 84㎡을 신청한다면 기존에는 4800만원 정도로 추가분담금으로 내야 하지만 분담금이 내려가면서 오히려 7000만원 정도를 돌려받게 된다. 현재 매매 호가는 12억8000만~13억을 오가는 중인데 분담금 인하 소식으로 지난 주말 이후 호가가 다시 1000만원 가량 올라섰다.
한 켠에서는 벌써부터 분양권 프리미엄 기대치가 높다. 오는 10월 이후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풀리는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는 벌써부터 분양권 웃돈이 최소 3000만원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이 오간다. 올해 1월, 즉시 전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등에 업고 분양가를 높여 나왔던 서초 ‘신반포자이(잠원동 반포한양 재건축)’는 전용 84㎡형의 분양가가 13억6000만~15억200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14억5000만~16억원 사이에서 거래되는 중이다. 잠원동 C공인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이른바 ‘상경 투자’수요도 붙으면서 올 초 2000만~3000만원 선이던 웃돈이 계속 올라 이제는 1억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분양권 웃돈은 평균 2600만원 선이지만 강남은 8400만원 선으로 서울 전체의 3배에 달한다.
‘강남 불패 신화’ 속에서 이달 이후에도 재건축 단지들은 일정을 밟는 중이다. 지난 2003년 사업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10년이 넘게 지지부진하던 대치 은마 재건축 조합은 오는 8일부터 18일까지 설계용역비 설계공모 응모신청을 받는다. 오는 9월에는 서초구에서 ‘방배에코자이’(방배3동 주택재건축·일반분양 97가구)와 ‘아크로리버뷰’(잠원동 신반포5차 재건축·일반분양 41가구)에 이어 연말에는 잠원동 신반포 18·24차 재건축(단지명 미정·일반분양 140여 가구)도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다.
단기 분양권 전매 투자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이 달아올랐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를 내다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나 대출 규제 같은 정책변수에 따라 주택시장 경기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강남 재건축은 안전 자산’이라는 심리가 자리잡아가고 있다”면서 “다만 내년에도 강남권에서 일반 분양과 입주가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서 시세 상승 여력에 대한 기대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목적으로 조합원 물건을 사들이려는 경우에는 내부 갈등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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