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4~7등급의 중신용자라도 최대 2000만원 한도로 대출할 수 있는 ‘사잇돌 중금리 대출’이 깐깐한 심사 때문에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출시한 서민용 정책금융 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놓고 벌써부터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출 요건인 신용등급을 충족해도 기존 대출을 이유로 사잇돌 대출을 번번히 거절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신용등급이 무의미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특히 기존 고금리 대출을 대환하려다 거절당한 경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책당국이 당초 상품 도입 취지로 카드론, 저축은행 고금리 대출의 은행권 중금리 전환을 설명했는데, 실제 상품 운영에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직장인 김용덕(가명·38) 씨는 550만원 카드론 대출을 대환하려 했지만 기존 대출이 많다는 이유로 은행 문턱에서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김씨의 신용등급은 4등급으로 우량한 편이다.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연체없이 신용등급을 잘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대출이 필요한 만큼 미치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2등급인 정수영(가명·37) 씨는 사잇돌 대출 500만원을 받으려 했지만 450만원만 승인 받았다. 금리는 연 5.90%. 정씨는 “금리는 만족스럽지만 신용등급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필요한 대출만큼 나오지 않아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도 생겼다”고 전했다.
때문에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이 상대적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잇돌 대출의 자격 요건이 실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 심사 조건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SBI저축은행이 출시한 모바일 중저금리대출 ‘사이다’는 신용등급에 따른 확정 금리 도입 등 투명한 대출 심사로 10영업일 만에 48억원을 기록했다. 사잇돌 대출의 경우 은행권에서 동시에 취급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지난 5일 은행권에서 출시한 사잇돌 대출은 8일 현재 공급 목표액 5000억원 한도 가운데 3% 수준인 150억원 취급에 그쳤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사잇돌 대출의 실적을 예단할 수 없다”며 “대출 추이를 좀 더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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